모두를 위한 공간
공원이나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벤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처럼 보입니다.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공간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열려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벤치의 ‘구조’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기존의 벤치는 휠체어 이용자가 함께 앉기보다는 그 옆에 머무르는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이는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까지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했죠. 결국 벤치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 일부에게 더 편안한 공간으로 기능해왔습니다.

머물 곳 없는 도시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도시의 구조와도 연결됩니다. 유현준 교수는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 중 하나로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특히 경제적 여건이나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오프라인 공간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사람들은 점점 온라인 공간에 머무르게 되고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공유하는 경험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현준 교수는 “도시의 1층 레벨, 즉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걷는 인도와 거리 주변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벤치를 제시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공간을 ‘사람들 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장치’로 설명하며,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공간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 역시 달라진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와 경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같이 앉을 수 있는 구조
이러한 관점은 ‘누구나 벤치’의 설계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누구나 벤치’의 가장 큰 특징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공간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벤치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함께 앉는 구조’를 구현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현준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낯선 사람과도 같은 공간을 자연스럽게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합니다. 벤치가 원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 본래의 역할을 확장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철로 구현한 공간, 확장되는 변화

이러한 설계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재 선택 역시 중요합니다. 설계 과정에서는 제작비와 설치 환경을 함께 고려해, 공간을 과도하게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장소에 적용할 수 있도록 폭과 두께를 최소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철은 적은 두께로도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시각적인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만약 동일한 구조를 나무나 돌로 구현했다면 훨씬 더 두껍고 무거운 형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철은 얇은 구조로도 사람을 지지할 수 있어 보다 간결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철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철의 특성을 바탕으로 제품을 단순한 소재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구조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언제나, 함께 머물도록
‘누구나 벤치’는 2024년 서울특별시 내 26개소 설치를 시작으로, 2025년에는 서울을 넘어 당진과 인천 등 사업장 소재 지역으로 확대되어 총 33개소가 추가 설치되었습니다.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에는 포항, 순천 등 잔여 사업장 지역까지 포함해 약 31개소가 설치될 예정이며, 전 사업장 소재 지역을 중심으로 총 90개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벤치’는 단순히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 환경과 사람들의 경험을 변화시키는 장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유현준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누구나 벤치’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식으로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안합니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변화를 공간의 설계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