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뭐든 많이 만듭니다. 중국이 연 10%의 고속 경제 성장을 할 때는 문제가 안됐습니다. 중국 내수만으로도 충분했거든요. 오히려 커지는 내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더 많이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라고 항상 가파르게 성장하지는 못하겠죠.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5%대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 침체를 겪고 있을때는 중국 안에서 만들어진 각종 산업재나 소재, 부품 등을 모두 소화하지 못합니다.
TIGER 200에너지화학 최근 5년 주가 추이 ©한국거래소 *27일 기준
TIGER 2차전지테마 최근 5년 주가 추이 ©한국거래소 *27일 기준
그렇다면 중국 제조사들은 어떻게 할까요? 자연스럽게 낮은 가격으로라도 해외에 팔 궁리를 할 겁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전 세계에 공급되면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중국이 손을 댄 산업은 모두 공급과잉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최근 3~5년 주가 그래프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 산둥성 한 철강공장에서 냉간압연강판을 크레인으로 이동하는 모습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최근 철강업종 만큼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현대제철 주가만 봐도 6월 25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48.44%나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9.57%)를 크게 웃돌죠.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의 주범인 중국이 예전보다 철강 생산을 줄이는 감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주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3월 5일 열린 양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에서 “철강 감산을 통해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며 철강 생산을 정부 차원에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제재와 글로벌 주요국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에 반덤핑 관세 카드를 꺼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연간 약 5,000만톤(전체 생산량의 약 5%) 규모 조강(가공 전 철근) 생산량 감축이 기대되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현대제철 열연 강판 코일 ©현대제철
중국의 5월 철강 생산량이 8,655만톤으로 같은 5월 기준으로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투자 기회가 있다는 게 증권가 판단입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감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효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감산 규모에 따라 내년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중국의 철강 수출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투자자 메모를 통해 중국의 철강 수출이 올해 3% 감소하고 내년에는 감소 폭이 기존의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을 업종내 최선호주로 선정하고 있는데요. 당장 올해 2분기 흑자로 전환되고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가파르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0.2배 수준이어서 앞으로 더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기자의 핵심 체크!
✓중국 철강이 헐값에 유통되며 국내 철강 기업 실적에 어려움을 겪어와
✓중국 국가 발전개혁 위원회가 철강 감산을 통한 수조 조정 촉진 계획 발표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감산되며 주요 철강기업 주가에 훈풍이 불 전망
필자 소개
이광수 기자
본업이 음악이라고 우기는 경제부 기자. 평일에는 기사를, 주말에는 곡을 씁니다. 발표한 곡으로는 <어디있니> <아름다운> <혼자 남겨지고 싶어서 그래> <하리보> <늦은 사랑>이 있습니다. YTN 라디오, SBS BIZ, 이데일리TV 등에서 경제 뉴스를 전달했습니다. 지금은 SBS 러브FM <박연미의 목돈연구소>에 출연중입니다. @egwang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