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오래된 격언이 지금 북극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한때는 인류가 접근할 수 없었던 바다가 ‘황금의 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직선으로 잇는 새로운 해상 통로로 불립니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 운하를 거치면 40일이 걸리지만, 북극항로를 택하면 30일로 단축됩니다. 거리는 30~40% 짧아지고, 운송비는 30% 절감되며, 운송 기간이 열흘 이상 줄어듭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 혁신이자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입니다.
오늘 페페 스튜디오는 <인터레스틸> 코너에서 이 주제를 파헤쳐 봅니다. 역사학자 김재원 교수가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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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북극’인가: 기후 변화가 연 문(門)
북극항로가 단순한 대체 항로가 아닌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무역의 12%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합니다. 하지만 중동 전쟁, 후티 반군의 공격, ‘에버기븐호 좌초 사건’ 등 크고 작은 위기가 반복되며 취약성이 드러났죠. 2021년 좌초 사고로 운하가 단 6일간 막혔을 때, 전 세계 하루 피해액만 10조 원에 달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 구간을 통해 대부분의 원유와 LNG를 수입하기 때문에, 차단되면 에너지 안보에 치명적입니다. 이 때문에 더 짧고 안정적인 북극항로에 전 세계가 눈을 돌리게 된 것이죠. 북극을 둘러싼 관심은 물류만이 아닙니다. 그 밑에는 어마어마한 자원이 잠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북극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천연가스의 30%, 원유의 13%가 묻혀 있습니다. 희토류, 니켈, 코발트 같은 전략 광물도 풍부하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무기 체계까지 전부 이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산업의 쌀’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그린란드는 세계 희토류 매장량 상위권으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까지 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얼음 위 고속도로
북극의 현실적 지배자는 러시아입니다. 전체 북극 해안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57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죠. 그중엔 핵 추진 쇄빙선도 포함되어 있는데, 한 번 출항하면 7년간 연료 보급이 필요 없을 만큼 막강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를 내세우며 러시아와 손잡고 자원 확보와 항로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나섰습니다. 미국 역시 북극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그린란드 매입 시도부터 위성·양자·AI 기술을 활용한 북극 감시, 심지어 북극 전용 원자력 쇄빙선 개발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결국 북극은 단순한 물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100년 세계 패권을 가르는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북극의 현실적 지배자는 러시아입니다. 전체 북극 해안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57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죠. 그중엔 핵 추진 쇄빙선도 포함되어 있는데, 한 번 출항하면 7년간 연료 보급이 필요 없을 만큼 막강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를 내세우며 러시아와 손잡고 자원 확보와 항로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나섰습니다. 미국 역시 북극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그린란드 매입 시도부터 위성·양자·AI 기술을 활용한 북극 감시, 심지어 북극 전용 원자력 쇄빙선 개발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결국 북극은 단순한 물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100년 세계 패권을 가르는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얼음을 깨는 자’가 이긴다: 쇄빙선이 곧 힘
이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이름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한국은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21척의 쇄빙 LNG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는 쇄빙선 분야에서 글로벌 독보적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덕분에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에서도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은 단순한 ‘조선 강국’을 넘어, 북극항로 전략의 중요한 키 플레이어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모두에게 황금길은 아닙니다. 쇄빙 LNG선은 일반 선박보다 1.5~2배 비싸며, 앞에서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전용 쇄빙선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통행료와 허가권을 쥐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고, 환경 파괴 우려도 만만치 않죠. 빙하를 깨며 항로를 개척할수록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환경단체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실제로 2021년 수에즈 운하 사고 당시 글로벌 선사들은 북극항로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를 선택했습니다. 짧지만 위험하고, 자칫 비용이 더 큰 길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북극항로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품은 길입니다. 해상 물류 혁신과 자원 확보, 새로운 패권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비용·환경·지정학적 제약이 얽혀 있는 위험한 모험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얼음 속 황금길이 아니라, 얼음 속 신기루”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앞으로 10년, 세계 해상 물류의 판은 크게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한국이 있습니다.
이번 인터레스틸은 북극항로의 기회와 덫, 그리고 얼음 위에서 펼쳐질 패권 경쟁의 실체를 알기 쉽게 풀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인터레스틸은 흥미롭고 깊이 있는 다양한 주제를 탐색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