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2026년 미국 현지 시장 철강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한국 철강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먼저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 중 하나입니다. 2024년 기준 국가별 철강 수입 비중은 캐나다가 23%로 가장 높고, 멕시코(11%) 브라질(9%) 한국(9%) 순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철강 가격이 오르면 한국 철강업계에도 좋겠지만, 이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됐을 때입니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 상위국 ⓒ미국 국제무역청(ITA)
아쉽게도 올해 미국 철강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시장 원리가 아닌 미국 정부의 강력한 품목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50% 관세가 부과됩니다. 이 관세가 미국 시장에서 철강 가격의 하방을 막아주고, 동시에 상방의 이유로도 작용합니다. 따라서 미국 전문가들은 올해도 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는 겁니다.

ⓒ스틸 인더스트리 뉴스(Steel Industry News) 2026년 상반기 철강 가격 전망
현지 전문매체 스틸 인더스트리 뉴스(Steel Industry News)는 2025년 12월 7일 미국 현지 철강 전문가로 구성된 4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열연강판(HRC) 가격은 톤당 약 93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55%(241명)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열연강판이 톤당 931달러에서 1,100달러 사이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1%(49명)는 톤당 1,1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즉 응답자의 3분의 2가량 되는 65%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철강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겁니다.
미국의 철강 가격은 미국 이외의 국제 시장과는 전혀 다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6월 3일 시행한 50% 관세 때문입니다. 2025년 말 열연강판은 미국 시장 이외에서 톤당 5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습니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만든 철강이 50% 관세가 적용돼 톤당 750달러여도 미국 국내 가격(톤당 930달러)보다 싸지만, 연간 수출 한도인 ‘수입 쿼터’가 있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현대제철 현대제철 순천공장에 적재된 열연강판(HRC)
미국 철강 전문가들이 철강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예정돼 있어서입니다. 미국 철강협회는 2026년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2025년보다 1.8%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속도로를 재건하고 상하수도를 교체하는 등 인프라 공사에는 막대한 철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을 높이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현대제철
하방을 막아주는 것은 고율 관세입니다. 가격 상승을 전망한 미국 철강 전문가들은 철강에 부과되는 50% 관세의 근거가 된 무역확장법 232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틸 인더스트리 뉴스는 “관세가 미국 내 철강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막는 한 글로벌 시장의 철강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미국 제철소는 가격을 방어할 수 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위 설문조사 결과는 국내 철강업계에 올해도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줍니다. 동시에 현지 생산 기반을 갖췄거나 고부가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현지 제철소를 투자하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과의 통상 환경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기업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현대제철
희망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응답자의 18%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올해 들어 낮아질 것으로 보고, 관세가 철회되거나 대폭 인하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이 있느냐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강 관세의 근거가 된 *무역확장법 232조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스틸 인더스트리 뉴스는 “관세가 철폐되거나 대폭 인하되지 않더라도 관세 불확실성 자체가 가격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 :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관세 등 수입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이기자의 핵심 체크!
✓ 미국 시장 전문가 65%는 2026년 철강 가격 상승 전망
✓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가 미국 철강 가격의 하방을 지탱해
✓ 한국 철강업계에는 도전이지만 기회로 만드는 판단 요구돼

이광수 기자 본업이 음악이라고 우기는 경제부 기자. 평일에는 기사를, 주말에는 곡을 씁니다. 발표한 곡으로는 <어디있니> <아름다운> <혼자 남겨지고 싶어서 그래> <하리보> <늦은 사랑>이 있습니다. YTN 라디오, SBS BIZ, 이데일리TV 등에서 경제 뉴스를 전달했고, 현재 SBS 러브FM <박연미의 목돈연구소>에 출연 중입니다. @egwangs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