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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철강 투트랙 전략, '탄소중립 전환의 승부수'

2025.12.03

서울대 IFS “국내는 고부가가치, 해외는 환원철·그린수소 허브로 활용”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을 추진하고 있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사실 개별 산업의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 부담으로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철강 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 심화와 중국의 거센 추격 등의 도전을 받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탄소 배출 감축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니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국 철강산업 주요 지표 변화 (단위: 백만톤) 

한국 철강산업 주요 지표 변화 그래프

*명목소비: 물가 변화(인플레이션)를 반영하지 않은, 지출된 금액 그대로의 소비 규모 ©한국철강협회 

2025년 11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이른바 ‘K-스틸법’ 역시 철강 산업에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된 영향입니다. 철강산업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미래를 위한 기술 투자 재원 확보도 예전만 못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탄소 배출 감축을 넘어 산업의 근본적인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Institute for Future Strategy)은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감축 압력은 철강 업계 기존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보면서도, 기회 요소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차별화된 저탄소 미래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철강 업계는 국내 제조업 탄소 배출의 약 32%를 차지하는 만큼 탄소 배출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데요, 단순히 환경 규제에 대응만 하기보다는 생산 구조를 바꿔 기회로 삼자는 제안입니다.


IFS가 제안하는 방법은 투 트랙(Two-track) 전략입니다. 국내와 해외의 역할을 구분해서 한국 철강의 약점인 에너지 제약을 극복하고, 강점인 기술력과 고부가가치 생산 역량을 극대화하자는 겁니다. IFS는 먼저 국내 생산시설은 고부가 제품 연구와 생산에 집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비효율 고로(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는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고품질 고철 활용을 극대화하고 기술 고도화도 진행하자는 겁니다. 국내에 있는 전방 산업인 자동차 등 첨단 산업용 고부가 강재 연구개발(R&D)과 생산 기지로 특화해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창출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야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야경 ©현대제철

두번째로는 재생에너지와 철광석이 풍부한 국가에 그린수소(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없앤 수소) 와 환원철(HBI·덩어리 형태로 만든 철 원료) 생산 기지를 구축해 활용하자는 겁니다. 호주나 캐나다, 중동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가 후보로 거론됩니다. 이렇게 되면 앞서 말했듯 국내는 R&D와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해외에서는 1차 환원철 생산에 집중하는 보완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 산업 기반과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글로벌 주요 철강사들은 이미 에너지 중심의 산업 재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제철은 에너지 경쟁력이 높은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장했고요. 세계 1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그린수소 기반 환원철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캐나다와 중동, 호주 등과의 에너지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 철강 경쟁력의 핵심은 과거의 규모나 조업 기술이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와 원료를 저렴하게 확보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린수소 관련 인포그래픽

그린수소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게 IFS의 판단입니다. 국내 고로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감축 용량과 연계된 인센티브와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됩니다. 또 국내 기업의 해외 그린철강(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 최소화한 철강) 투자를 위해 기존 ‘K-스틸법’ 이외 별도의 ‘K-스틸 글로벌 지원법’을 통해 금융과 세제 혜택, 외교적 지원을 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IFS는 “탄소중립의 가장 큰 장벽은 경제성이다”라며 “그린철강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교한 시장 창출 정책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기자의 핵심 체크!

✓ 2050년까지 탄소중립 추진되며 철강업계 부담 가중

✓ 국내와 해외 역할 분리해 탄소중립을 기회로 만들어야

✓ 철강업계 해외 투자 독려 위해 별도 지원법 제정할 필요 




이광수 기자 본업이 음악이라고 우기는 경제부 기자. 평일에는 기사를, 주말에는 곡을 씁니다. 발표한 곡으로는 <어디있니> <아름다운> <혼자 남겨지고 싶어서 그래> <하리보> <늦은 사랑>이 있습니다. YTN 라디오, SBS BIZ, 이데일리TV 등에서 경제 뉴스를 전달했습니다. 지금은 SBS 러브FM <박연미의 목돈연구소>에 출연중입니다. @egwa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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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