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넓은 바다로 확장되는 풍력발전과 기존 고정식 방식의 한계
- 깊은 해역에서도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게 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 하이브리드 구조의 부유체 개발을 위한 협력과 에너지 인프라로의 확장
먼 바다로 나아가는 풍력 발전소
풍력발전은 이제 육지를 넘어 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바다 위의 바람은 육지보다 더 강하고 일정하게 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안정적일수록 발전 효율도 높아집니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하면 소음이나 경관 훼손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죠.
하지만 육지나 해안가와 같은 방식으로 발전기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해상풍력은 바다 바닥에 구조물을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바다가 깊어질수록 설치가 어렵고 비용도 증가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해졌습니다.
떠 있는 발전소, 부유식 해상풍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부유식 해상풍력’입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바다 위에 구조물을 띄운 뒤, 그 위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방식입니다. 바다 바닥에 고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서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발전기를 바다 위에 띄우는 일도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발전기 상부에는 RNA¹(발전기), 날개, 타워 등 무거운 설비가 올라갑니다. 여기에 파도와 바람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바닷물과 염분도 구조물에 영향을 줍니다.
1) RNA(Rotor Nacelle Assembly) : 풍력 터빈의 가장 윗부분, 즉 '실제로 전기를 만드는 머리 부분' 전체를 말한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소의 구조
이 모든 조건을 견디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구조가 바로 ‘부유체(Floater)’입니다. 부유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부 구조물로, 풍력발전기 전체를 지지하면서도 흔들림을 제어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뜨기만 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거대한 발전 설비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기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계류 시스템입니다. 부유체는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에, 조류나 바람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저와 연결된 계류 장치가 필요합니다. 고강도 체인이나 와이어, 앵커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부유체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면서도, 파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즉, 부유체와 계류 시스템은 함께 작동하며 구조 안정성을 만들어냅니다.
왜 소재가 중요할까요?
부유체는 해양 환경을 오래 견뎌야 합니다. 바닷물과 염분에 계속 노출되고, 강한 바람과 반복되는 파랑 하중²도 버텨야 하죠. 그래서 높은 강도는 물론이고, 내식성³과 내구성까지 함께 중요합니다.
2) 파랑 하중 : 바다의 파도가 구조물에 반복적으로 가하는 힘. 파도의 크기와 주기에 따라 지속적으로 압력과 충격이 누적된다.
3) 내식성 : 바닷물이나 습기, 염분 등에 의해 금속이 부식되지 않고 견디는 성질.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경제성’입니다. 발전 설비의 비용이 높아질수록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도 함께 올라갑니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더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함께 비용까지 고려된 구조가 필요합니다.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새로운 방식
다른 산업 현장에서 철과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clipartkorea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방식이 강재와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입니다.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이 구조를 적용한 부유식 해상풍력 독자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강재는 구조 강도를 확보하는 데 강점이 있고, 콘크리트는 내식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두 소재를 함께 적용하면 내구성과 사업성을 함께 고려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이 과정에서 철근, 후판 등 해양 환경에 적합한 고강도·고내식 강재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고연성강재⁴와 내부식 철근⁵ 같은 특화 강재도 검토 중입니다. 고연성강재는 일반강 대비 연신율을 35% 이상 높여 충돌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내부식 철근은 일반 철근 대비 약 2배 수준의 부식 저항 성능을 목표로 합니다.
4) 고연성강재 : 충격이나 반복 하중을 받아도 쉽게 깨지지 않고, 늘어나며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강재.
5) 내부식 철근 : 염분이나 수분에 의한 부식을 억제해, 장기간 구조물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만든 철근.
시장이 커질수록 깊어지는 기술의 의미
해상풍력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간 글로벌 신규 설치 규모는 2022년 약 8.8GW에서 2030년 약 54.2GW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지며, 글로벌 전반에서 시장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해상풍력이 앞으로 전력 생산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상용화의 중요한 기준, AIP 인증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공동개발 협약을 통해 독자모델 개발과 함께 2027년 노르웨이 선급 DNV의 AIP(Approval in Principle, 개념승인) 인증 획득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AIP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개념 설계가 실제로 안전성과 타당성을 갖췄는지 전문 인증기관이 검토하는 초기 승인 절차입니다. 쉽게 말해, ‘이 설계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인지’를 검증받는 첫 관문에 가깝습니다. 부유체 사업에서는 이 인증이 상용화의 핵심 요건으로 여겨집니다.
더 넓은 바다를 여는 기술
풍력발전은 이제 육지를 넘어 더 깊은 바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이러한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에너지 생산 방식의 전환을 이끌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넓은 해역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의 활용 범위도 함께 넓어집니다.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이 협력에 나섰습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습니다. 깊은 바다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강재 기술을 결합해 에너지 인프라로 확장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