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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3 min read

경기변동, ‘철’은 알고 있다.

2025.12.24

철강 수요의 변화로 읽는 경기의 흐름

종이 제품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많은 경제주체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경기 변화를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란 해당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 활동의 수준을 말한다. 기업은 신상품의 출시 시기와 가격 등을 정하기 위해, 개인은 소비와 저축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경기에 관심을 둔다.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경기는 많은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미래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직접적이고 금전적인 혜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마천루, 하늘, 야외, 건물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변동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중국이나 한국처럼 제조 부분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의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 ‘교통량’ 등을 통해 한 해 동안 얼마나 활발히 경제활동을 수행했는지 확인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 하나의 가장 유효한 대안 중 하나가 ‘철’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철강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활동 수준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일종의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경기변동의 변화를 철강 산업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이유는 철강의 독특한 산업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철강은 *최종소비재(final goods)가 아닌 **중간재(intermediate goods)로 건설,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에 쓰이는 기초소재이다.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철강 수요는 전방산업의 생산에 따라 결정되는 ***파생수요의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 역시 건설, 자동차, 조선 3대 산업이 철강 수요의 약 80%를 차지한다. 철강은 경제의 핵심 산업들과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어, 철강 수요의 변화는 경제 전반의 활동 수준을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최종소비재 : 소비자가 ‘바로’ 쓰는 물건이나 서비스 (ex. 빵, 옷, 스마트폰, 자동차 등) **중간재 : 다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재료나 부품 (ex.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원료 등) ***파생수요 : 최종소비재 수요의 변화에 따라 그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에 함께 발생하는 수요

철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교육, 관광, 요식업 등 다른 분야의 경제상황은 ‘철’과 무관할까.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는 *승수-가속도 효과(multiplier-accelerator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철을 많이 활용하는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들이 활성화되어 경기가 확장국면에 들어서면 소득 증가가 발생한다. 이는 다시 소비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건설과 자동차 등 내구재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철강 수요가 증가해 철강 생산이 확대되고, 그 결과 고용과 소득을 늘리며 추가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그 영향으로 앞서 열거한 여타 산업들이 매출 증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승수효과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승수-가속도효과 : 소득과 소비, 투자가 서로를 밀어 올리며 경기 회복과 확장을 빠르게 증폭시키는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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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이러한 승수-가속도 효과를 고려하면, 작은 수준의 소비 증가율의 변화도 자본재 투자의 큰 변동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수요가 10% 증가하면, 자동차 공장 증설을 위한 철강 수요는 그보다 훨씬 큰 비율로 증가한다. 반대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면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철강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하락한다. 이러한 효과들을 고려할 때 철강 산업은 국가 경제 전반의 경기 상황을 파악하는 체온계나 다름 없다.

물론 앞서 열거한 내용들은 일반인들에게 한 가지 커다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 철강산업은 마치 여타 산업에서 철을 소비해줘야 발달하는 종속적인 산업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반대로 한 국가가 어떠한 수준의 조강생산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해당 국가의 건설, 자동차, 조선, 백색가전과 같은 산업 경쟁력이 결정된다고도 볼 수 있다.

하늘, 야외, 보트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은 철강 자급 체제 완성과 궤를 같이 한다. 1970년대 정부는 ‘철강–조선–자동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실제 한국 조선업은 경쟁국 대비 10~20% 저렴한 후판 조달 비용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조선업의 경쟁력을 견인해 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배경에는 전 세계 조강 생산의 50% 이상 (약 10억 톤)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이 있다. 이러한 생산 규모는 중국 내 인프라 건설 비용과 제조업 부품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췄고, 그 결과 중국산 기계·가전·전기차(EV)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이는 철과 같은 소재 단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장, 건물, 흑백, 사람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FordMotorCompany

이에 반해 미국 철강 산업의 시간당 생산성은 2017년 이후 32% 하락한 반면, 미국 경제 전체 생산성은 15% 상승했다. 이는 철강 산업의 노후화가 전방산업의 효율성마저 갉아먹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미국 제조업체들은 해외 경쟁사보다 약 75% 비싼 가격에 철강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이는 미국 자동차와 기계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결국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제조 공업 지대의 몰락(Rust Belt)을 가속화했다. 

©현대제철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철강산업은 국가 경제를 설명하는 *‘종속변수’이자, **‘독립변수’라 할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 철강산업이 활성화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높은 수준의 철강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가 철강산업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립변수: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결과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보기 위해 연구자가 조작·설정하는 변수. 종속변수: 독립변수의 변화에 따라 값이 달라지며, 그 결과로 측정·관찰되는 변수.



인간의 얼굴, 사람, 가구, 의류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경제학자 박정호명지대학교 테크노아트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이자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플러스>를 진행하며, 현장을 발로 뛰며 통찰을 나누는 대표적인 실사구시형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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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