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반지르르’를 운영하는 강새연은 손으로 금속을 빚어 오브제와 주얼리를 만든다.
그 섬세한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로 선보이는 중이다. 그 금속에 ‘시간의 흔적이 깃든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는다.
‘손을 거쳐야만 비로소 형태가 완성되는 고유한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기만의 색을 창조하다
'반지르르' 채널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유튜브에서 금속 수공예 관련 영상을 찾아봤는데 마땅한 영상이 없더라고요.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셰프 중에서도 자신의 레시피를 아낌없이 공개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만에 금속 수공예를 작업하는 방식, 과정,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수공예가 얼마나 정성스럽고 가치 있는 작업인지, 그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많은 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었고요.
채널명이 독특해요. '반지르르'라는 채널명은 어떻게 지은 거예요?
처음에는 반지를 가장 많이 만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반지’라는 단어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쩌다 ‘반지르르’라는 이름이 탄생했어요.
잘 모르지만, 금속이 다루기에 가장 어렵지 않나요? 왜 하필 금속 공예였을까요?
‘금속’이라는 소재가 저랑 잘 맞았어요. 공예과 수업에서는 도자, 섬유,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경험하면서 느꼈죠. 자연스럽게 금속을 메인 재료로 선택하게 됐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반지, 목걸이를 비롯한 다양한 오브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금속과 어떤 부분이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은 금속이 ‘변색’되는 걸 싫어할 수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금속이 가진 매력이라고 느꼈거든요. 금속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소재예요. 어디에 잘못 닿으면 스크래치가 나기도 하고, 보관을 잘못하면 색이 변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런 흔적과 변화가 사용자만의 시간과 색을 담아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좋았죠. 또 금속은 로즈 골드, 골드, 실버처럼 색상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유광·무광 같은 질감으로 표현할 수 있는다는 특징도 있어요.
가죽도 '에이징'이 되잖아요. 비슷한 걸까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다는 게.
맞아요. 가죽도 사용하다 보면 주름이 생기고 겉 가장자리가 까맣게 되잖아요. 그걸 에이징 된다고 하는데, 금속도 그런 표현을 쓰기도 해요. 쓰다 보면 스크래치가 생기고 가장자리가 어두워지기도 하니까요. 가죽은 금속과 비슷한 매력을 가진 소재라 저도 좋아해요.
금속이기 때문에 다른 소재에 비해 작업하기 어려운 점은 없어요?
컬러를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요. 물론 에나멜 같이 물감 같은 소재를 금속 위에 부어서 색을 입히는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거든요. 색 표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소재와 결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조만간 한 번 시도해 보려고요. 이를테면 가죽과 은의 조합?
금속의 종류도 다양하잖아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이 가는 소재가 있어요?
‘은’을 좋아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금속 중 가장 무른 소재가 ‘은’이거든요. 밀도가 낮고 잘 휘어지다 보니 다른 금속보다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표현할 수 있는 폭도 넓고요.
이제 8년차 공예가에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음…. 없던 거 같아요. 여전히 예쁘고 귀여운 아이템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요. 예전 작업실에서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도 했어요. 그때 많은 분들이 열정적으로 작업하시고 예쁘게 만들려고 애쓰시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지금도 무언가를 만들 때 더 잘, 더 예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공예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공예 중에서도 금속 수공예에 더 끌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희소성’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뜨개질이나 바느질 같은 다른 수공예는 ‘취미로 한 번 해볼까?’ 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도구와 환경이 많잖아요. 그런데 금속 수공예는 떠올리는 순간부터 막막하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시작하려면 뭘 사야 하지?’ 저는 그 ‘장벽’이 오히려 ‘금속 수공예’라는 카테고리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고요.
맞는 거 같아요. 잘 세공된 주얼리를 보면 빠져들게 돼요.
막상 시작해 보면 생각보다 특이하거나 어렵지만은 않거든요(웃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환상을 깬달까?(웃음) 작업 과정이나 만드는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방식으로요. 관심 있는 분들이 금속 수공예에 접근하는 데 심리적 장벽을 낮춰 주고 싶고요. 제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금속 수공예로 할 수 있는 걸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재탄생시키다
공예 작업 과정을 간단히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를 찾는 게 첫번째예요. 보통 일상에서 찾아요. 틈틈이 수첩에 메모해요. 그중에 하나를 골라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입체적인 형태로 제품 구상합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모델링을 정제해 최종 형태로 완성한 뒤 이 파일을 3D 프린터 업체에 보내요. 처음 출력물은 왁스나 고무 같은 재질로 나와요. 그럼 이걸 황동으로 바꾼 다음, 그 황동으로 은을 주조할 틀을 만들어요. 은으로 실제 제품을 만들어요. 막 나온 은은 거칠고 탁하거든요. 그래서 표면을 다듬고 닦는 여러 작업을 거쳐야 완성돼요. 저는 자연스럽게 변색한 은의 느낌을 좋아해서 그걸 그대로 살리지만, 그걸 원하지 않는 분들은 도금 처리를 해드려요.
왕관 반지,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기생충’ 반지들, 동물의 숲 캐릭터 반지, 빛의 형태 (shape of brightness # 003), 옷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옷핀 목걸이
만든 것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어요?
여기에 놓여있는 것들인데요. 왕관 반지는 제가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반지고요. 나머지는 유튜브 초반에 작업했던 반지들인데 지금 보면 너무 창피하지만, 저에게는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여기 반지 안쪽에 어둡게 착색된 부분은 약품을 써서 은을 착색한 거고, 제가 반짝이는 걸 좋아해서 음각도 넣었어요. 저는 은의 매트한 질감에 착색된 느낌을 좋아해서, 그런 요소를 담아 만든 반지예요.
아티산 키캡 : 대량생산된 일반 키캡과는 달리 수작업으로 소량 제작된 고유 디자인의 장식용 키캡
그럼 요즘 무슨 작업을 많이 하세요?
키캡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아요. 제가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도 아티산 키캡을 좋아해서 만든 건데 많이 좋아해 주세요. 이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여러 개 구매하시는 분도 계세요. 주얼리는 대중적으로 많이 찾아주시고, 키캡 같은 경우는 마니아층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만들면서 참 신기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희소성이 있는 오브제 같아요. 그냥 보기만 해도 예쁘고요.
요즘 키캡을 보면 다양한 색의 플라스틱 형태로 많이 나오는데, 이건 아무래도 금속이다 보니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거나 변색하나요?
네, 그래서 약품이나, 관리용 천을 추천해 드려요.
그럼 어떻게 관리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나요?
주얼리와 키캡은 관리 방식이 조금 달라요. 반지와 목걸이 같은 주얼리는 외출하고 돌아와 물로 씻어 드라이기로 바짝 말려서 폴리백에 넣는 게 가장 좋아요. 키캡은 변색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어요. 계속 공기나 외부 이물질에 노출되니까요. 다만 작은 사포나 은 관리용 천으로 정기적으로 닦아주면 좋아요. 그런데 이 제품 같은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색하는 게 컨셉이라 대부분 그걸 감안하고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시간이 깃든 것의 아름다움
금속 수공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예전엔 핸드메이드 주얼리에 대해 ‘녹슬고 휘는 데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특성을 알고 취향 때문에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최근에 체감했던 건, 제가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에 다녀왔는데 특별히 금속으로 키보드를 만드는 부스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며 금속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실감했죠.
'반지르르' 채널 구독자가 3,500명 정도 되잖아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메시지가 있어요?
영상을 올릴 때마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이 있거든요. 그분이 DM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셨어요. ‘반지 디자인, 모델링, 가공, 완성하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담은 영상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면서, ‘혹여나 댓글이 달리지 않는 걸 보면 채널 운영자가 동기부여를 잃어 채널이 없어질까 봐 댓글을 다는 거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이렇게 제 수고와 정성을 알아주는 댓글을 접할 때마다 의도하는 바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죠.
금속 수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요즘 AI로 그림을 많이 그리잖아요. 저는 그걸 무조건 나쁘게 보진 않아요. 현대 기술과 예술이 접목되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꼭 전하고 싶은 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AI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손의 힘, 그 정성과 감각이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현대제철 '모먼트'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수공예 금속은 생각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섬세한 공정이 들어가 있는 가치 있는 오브제예요. 대량 생산된 주얼리도 좋지만,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공예품에는 고유한 개성과 감성이 깃들어 있어요. 우리 주변에도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하는 브랜드가 많으니까 사용해 보시고, 수공예품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반지르르
소개 : 금속 수공예 채널 ‘반지르르’와 주얼리 브랜드 ‘타이니바이트(Tinybite)를 운영하며, 일상 속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은 금속 수공예 아이템을 선보인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이디어 구상부터 제작 과정, 완성된 제품에 대한 설명까지 금속 공예 작업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내며 구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 @Banzirrr
인스타 그램 : @tinybite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