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왕자’, ‘태안 사람’으로 불리는 김성운 셰프. 2014년 서래마을에 테이블 포포를 열며 본격적으로 태안의 식재료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를 바탕으로 한식의 감각을 더했으며, 현재는 미슐랭 가이드에 셀렉티드 레스토랑으로 등재돼 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서 과묵하고 집중력 있는 '조용한 강자'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실제로 만난 김성운 셰프는 밝고 소탈했다. 태안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제철 식재료를 구하고, 그렇게 모은 재료로 요리를 완성한다. 오늘은 현대제철 독자들을 위해 태안의 겨울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포포농장 그린 샐러드와 태안 전복구이’를 준비했다.

태안 사람, 김성운 셰프
Q. 셰프님, 안녕하세요. ‘태안의 왕자’, ‘태안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2014년에 테이블 포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태안의 재료를 사용했어요. 부모님이 농사지으신 것과 수산업을 하는 친구들의 식재료를 받으면서 저만의 로컬 푸드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인플루언서, 셰프, 고객님들이 ‘왜 다 태안 재료냐’고 물어보면 고향의 재료를 알리고 싶다고 답했어요. 특히 한 기자님께서 ‘태안의 왕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셨고, 이후 많은 분들이 그렇게 불러주셨어요.

Q. 테이블 포포에서 다루는 요리는 주로 어떤 것인가요? 태안의 재료를 사용했는데,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처음 요리를 배울 때는 이탈리아 음식을 조금 접했고,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팔레 드 고몽’에서 정통 프렌치 요리를 배웠어요. 그후 ‘리스토란테 에오’에서 스승인 어윤권 셰프님을 만나 이탈리아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죠. 2014년 서래마을에서 테이블 포포를 시작하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요리를 결합해 저만의 색깔을 만들었어요. 여기에 태안의 로컬 식재료를 활용하면서 지금의 요리 스타일이 완성되었습니다.
Q. 그동안 ‘포포’가 붙은 식당 네 곳, 테이블 포포, 파스타 포포, 오스테리아 포포, 포차 포포를 운영하셨더라고요. 각각 어떻게 다른가요?
테이블 포포는 파인다이닝, 정찬 요리를 하는 곳이에요. 파스타 포포는 두 번째로 오픈했는데, 원래 테이블 포포 1층에 있던 파스타집을 인수했어요. 고객님들이 ‘파스타가 맛있으니 파스타 전문점을 차려달라’고 요청하셔서 ‘포포’를 붙여 파스타 포포를 만들게 되었죠.
오스테리아 포포는 한남동으로 이전하며 새롭게 만든 공간이에요. 파스타를 중심으로 하되, 단일 메뉴에 집중하는 파스타 전문점보다 구성의 폭을 넓혔어요. 동시에 코스 중심의 파인다이닝보다는 선택의 부담을 덜어,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죠. 포차 포포는 대중들이 부담 없이 와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포장마차를 하는 게 꿈이었는데, 최근에 이뤘네요.

김성운 셰프가 선보이는 태안의 겨울,
포포농장 그린 샐러드와 태안 전복구이
Q. 오늘 소개해주신 '포포농장 그린 샐러드와 태안 전복구이'는 어떤 계절감과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전복은 태안 사람들이 겨울에 많이 먹는 식재료예요. 그래서 겨울 메뉴로 전복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당근은 예전에는 많이 심지 않았는데, 형과 함께 색깔별로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당근이 정말 맛있게 자라요. 뿌리채소 특유의 흙 맛이 살아있는 당근 요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린 샐러드는 포포 농장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어요. 농장의 다양한 채소들을 고객님들께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소스는 전복과 태안 미역을 넣어 콘소메¹ 형태로 만들었어요.
1) 콘소메 : 고기·채소를 우려낸 육수를 정제해 잡맛을 제거한 맑고 깊은 맛의 프랑스식 스프.


Q. 그린 샐러드에는 어떤 채소가 들어가나요?
오늘 샐러드에는 모크잎, 로메인, 청상추, 레드프릴, 루콜라 등이 들어갔어요. 사실 더 다양한 채소가 있는데,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성장이 느려요. 봄이나 여름이 되면 더 다양한 허브들이 자라서 훨씬 풍성한 샐러드를 만들 수 있죠. 지금은 포포 농장의 겨울 채소들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Q. 이 메뉴는 테이블 포포에서 하던 요리에 변주를 준 건가요?
원래는 메인 재료로 한우나 생선 구이를 쓰는데, 오늘은 좀 더 태안의 요리로 표현하고 싶어서 전복으로 바꿨어요. 소스도 전복에 맞춰 조정했고요. 나머지 곁들이는 퓨레, 샐러드, 당근 등의 요리 구성은 똑같습니다.
Q. 이번 요리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색감입니다. 저는 색이 적거나 어두운 요리는 좋아하지 않아요. 빨주노초파남보, 이 무지개 색깔을 넣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면 요리가 따뜻하고 화사한 느낌이 나요. 2014년 테이블 포포를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제 요리를 보면 컬러풀해요. 특히 빨간색과 파란색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접시 안에 다양한 색깔을 담는 것을 항상 추구해요.

Q. 포포 농장은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나요?
포포 농장은 부모님과 형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해외여행을 다니면 씨앗을 조금씩 구입해 오는데, 직접 심어봤을 때 잘 되는 것들은 계속 재배하고 있어요. 유통이 제일 중요한데, 이 또한 형이 많이 도와줘요. 택배로 보내면 식재료 컨디션이 떨어져서 형이 버스로 직접 보내주는 등 최대한 신선하게 전해주려고 애씁니다.
Q. 든든한 형님이네요! 포포농장에서 재배하는 것들 외에 다른 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는지도 궁금해요.
2014년 전까지 전국을 다니면서 버섯, 채소, 생선 등 좋은 식재료를 찾아다녔어요. 그것을 기반으로 태안 로컬 식재료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죠. 태안에 귀농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새로운 작물을 많이 시도하세요. 이분들과 알게 되면서 다양한 재료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해산물이나 과일은 어렸을 때부터 알던 고향 친구들에게 받아요. 친구들이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배를 타거나 밭을 가꾸고 있어요.

Q.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네요. 그만큼 셰프님이 주변분들에게 잘해주시는 편일까요?
최강록 셰프님이 《 흑백요리사2》에서 “친구야, 싸우지 말자. 욕하지 말자”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철학에 공감해요. ‘적을 두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주변에 적이 별로 없어요. 셰프님들과도 사이 좋고, 고향 친구들도 많죠. 제가 친구들한테 잘하니까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해요. 돈 때문이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거죠.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고향의 가족, 친구분들과 꾸준히 교류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문득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떠올랐는데요. 당시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2007년 12월 7일, 할아버지 생신이었어요. 아침에 뉴스를 보고 만리포 앞바다에 갔는데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거예요. 직접 본 사람이 아니면 그 광경을 상상하기 어려울 거예요. 저는 그날 ‘이게 재앙이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그래도 많은 봉사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빨리 복구됐죠. 해양학적으로 보면 갯벌 덕분에 회복이 빨랐다고 해요. 그때 ‘아, 내가 진짜 좋은 바다를 고향으로 두고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셰프로서의 희로애락
Q. 셰프님에 대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보죠. 셰프가 된 후로 힘들거나 황당했던 경험도 있나요?
힘들었던 건 크리스마스 때였어요. 요리를 갓 시작했을 때 경험한 크리스마스는 정말 충격적이었죠. 보통 레스토랑은 1부, 2부로 나눠서 손님을 받잖아요. 그런데 제가 일했던 곳은 3부까지 있었어요.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3부를 운영하는 거예요. 파인다이닝에서 이런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첫해에 그걸 경험했죠. 당시 막내였던 저한테는 밤 12시에 손님이 온다는 게 충격이었습니다.
Q. 새벽까지 일하셨다니!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하라니까 하는 거죠. 그 당시에 뭐 어떻게 합니까? (웃음) 근데 요즘은 그렇게 하면 직원들 다 도망갑니다. 직원들이 그때는 악으로 깡으로 일하던 때라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큰일 나죠.

Q. 이와 반대로 셰프로서 얻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저희 레스토랑은 60대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그분들이 “이 요리는 건강하다”, “이걸 먹고 나면 치유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참 뿌듯해요. 제가 의도했던 방향을 고객님들이 알아주시는 거잖아요. 그럴 때 요리사로서 감사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방송 속 과묵한 셰프, 실제로는?
Q. 아무래도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신 소감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떠셨나요?
첫날 출연자 대기실에 들어갔는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만 계신 거예요. ‘내가 잘못 왔나? 이게 백수저 방이 맞나?’ 싶었죠. 후덕죽 상무님, 박효남 교수님, 천상현 셰프님 같은 분들이 계셨고, 제가 막내였어요. 그래서 90도로 인사하고 물도 갖다 드렸던 게 기억에 남네요.
Q. 방송에서 굉장히 과묵하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실제 성격도 그러신가요?
실제로는 정말 외향적입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근데 주방에 서면 완전히 달라져요. 특이하게도 요리에만 집중하게 돼요. 대결 프로그램에서는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집중하다 보니 과묵하게 보였던 것 같아요.
Q. 요리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하시네요.
다른 유튜브 방송에서는 제 원래 모습이 나와요. 술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하고, 다른 셰프님이나 친구들한테 가볍게 요리를 대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대결 프로그램에서는 달라요. 요리할 때, 심사를 받는 순간까지도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셰프의 손때 묻은 철제 도구
Q. 주방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철제 주방도구가 있나요?
소스 팟²이요. 2014년에 테이블 포포를 열면서 여러 장비를 샀는데, 그중 냄비 여러 개가 아직까지 제 곁에 있어요. 11년간 서래마을에 있다가 지금 한남동까지 함께 왔죠. 이 냄비들이 ‘저를 지켜주는 신’ 같아요. 칼은 2-3년 쓰면 후배들한테 선물로 많이 주는데, 냄비들은 영원히 함께할 것 같습니다. 제 동반자처럼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2) 소스 팟 : 프랑스 요리를 비롯한 전문 주방에서 사용하는 소스 전용 냄비.

Q. 요리 공간에서 ‘철’은 셰프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요리를 잘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도구죠. 철이 얇으면 음식이 빨리 타는데, 저희 주방에는 두꺼운 철제 팬들이 많아요. 다른 레스토랑 주방도 마찬가지고요. 두꺼운 철 도구들은 음식의 온도를 고르게 유지하고, 타지 않게 해주는 등 여러 실용적인 역할을 합니다. 좋은 철 조리 도구가 있어야 제가 원하는 요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어요.

태안으로 돌아가 함께하는 꿈
Q.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고향 태안에 팜투테이블³ 레스토랑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10년 전부터 생각했어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과 직접 마련한 땅을 활용하려고 해요. 손님들이 농장을 돌면서 채소와 꽃을 따고, 그 재료를 바로 주방으로 가져와 요리하는 거예요. 해외에는 이런 레스토랑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로컬 푸드를 처음 시작한 만큼, 이것도 먼저 해보고 싶습니다.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3)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식탁까지 직접 연결하는 식문화 개념.

Q. 서울에서도 태안의 재료를 잘 살려주고 계신데, 태안에서 운영하시는 모습은 어떨지 더욱 기대되네요.
태안은 최적의 환경이에요. 친한 친구들이 직접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얻을 수 있거든요. 수족관 짓는 일을 하는 친구가 저를 위해 큰 아쿠아리움을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재료를 얻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서 신선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Q. 김성운 셰프님께 태안은 한 마디로 무엇인가요?
저를 있게 해준 곳이에요. 태안이 없었으면 요리사는 됐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성장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처음엔 태안을 그냥 만리포 해수욕장이 있는 관광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요리를 하면서 태안을 다시 보게 됐어요. 맛있는 재료들이 많아요. 포장마차나 식당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께 배웠어요. 개불은 언제 맛있고, 해삼은 어떻게 먹는 게 좋고, 붕장어는 언제가 제철인지 말이죠.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계속 찾아다니다 보니 다양한 것을 얻게 됐어요. 저에게 태안은 큰 뿌리이자 영감의 원천입니다.
Q. 그런 경험들이 포차 포포를 운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셰프님들이 태안에 더 놀러 왔으면 했어요. 포차 포포도 셰프님들이 밤늦게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거든요. 셰프들은 밤늦게 갈 곳이 한정적이에요. 포차 포포에서는 태안의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저렴하게 먹고 편하게 놀 수 있어요. 최근에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한데, 3월부터는 다시 제 철학대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Q. ‘셰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태안에 만들 팜투테이블 레스토랑도 셰프들이 와서 콜라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자기가 심어놓은 채소가 자라면 고객들과 함께 수확하고 요리해서 즐기는 거죠. 외국은 그런 문화가 잘 되어 있는데, 우리는 아직 셰프와 손님 사이의 거리가 멀잖아요. 고객님들도 태안에 내려와서 함께 텃밭을 가꾸고, 요리하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Q. 셰프님, 저도 가보고 싶어요!
기자님, 카메라 감독님, 이런 것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와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돈 내고 사 먹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공간이요. 사람들이 농사를 쉽게 생각하는데, 정말 어려워요. “돈 벌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라고 말하는 분들 많은데, 배워야 할 게 많거든요. 그래서 이곳을 교육의 장이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고향에서 뿌리를 얻고 사람 사이에서 요리를 완성하는 셰프. 김성운에게 태안은 자신을 있게 해준 곳이자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그는 태안에 팜투테이블 레스토랑을 펼칠 미래를 그리며, 테이블 포포의 주방에서 요리를 이어간다. 태안의 겨울을 담은 그의 요리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포포농장 그린 샐러드와 태안 전복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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