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성 대표의 자택 거실
마케터들의 선배, 장인성. 11년간 ‘배달의민족’의 브랜딩을 총괄하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캠페인, 배민 신춘문예,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마케터의 일》의 저자이자, 2024년부터는 ‘스테이폴리오’의 대표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수많은 ‘경험 자산’을 쌓아온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진, 광고 동아리, 건축, 여행, 미식, 운동, 제주살이까지. 일과 무관해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장인성을 만들었다. 오늘은 그의 작업실을 찾아 마케터로 성장해 온 과정, 바쁜 삶 속에서 마주한 고민과 깨달음을 들어본다.

매일 배우고 나아가는 사람
Q. 요즘 대표님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스테이폴리오 서비스의 성장을 계획하고, 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특히 올해 4월에는 유튜브를 통해 스테이폴리오의 새로운 캠페인을 선보일 예정이라 준비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Q. 지금의 장인성 대표를 잘 설명하는 단어를 꼽는다면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요. 매일 배우고 실천하며 더 나아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배우고 익히는 걸 정말 좋아해요. 한 회사의 대표를 맡게 된 이유는, 대표의 역할을 잘 몰랐기 때문이에요. 부딪혀서 배우는 과정이 재밌어요. 몰랐던 걸 알게 되고, 못했던 걸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거실 한쪽의 진열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충실하게
Q. 대표님께서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민하거나 탐구한 시간이 있으셨나요?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풀고 싶어요.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책상 앞에 앉아서 더 고민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일하지 않는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거예요.
Q. 일하지 않는 시간 안에 답이 있나 보군요. 어떤 방식으로요?
퇴근 후나 주말에는 그저 일상을 보내는 ‘생활인’으로 살잖아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죠. TV나 유튜브를 보다가 지루해져 배달 음식을 시켰는데 음식이 늦게 오기도 하고, 어딘가 여행 가기로 했는데 연착되고, 취소되기도 하죠. 이런 좋고 나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건 이래서 좋았다’, ‘저건 저래서 아쉬웠는데,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남아요. 그런 감상들이 나중에 일하는 데 도움 되는 것 같아요.

수납장 속 카메라
Q. 그중에서 특히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을까요?
사회 초년생 때 ‘사진’ 취미에 몰입했어요. 퇴근 후에는 사진 동호회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이 사진은 왜 잘 됐을까?’, ‘저 사진은 왜 아쉬울까?’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주말에 찍어놓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해 게시판에 올렸고, 이런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보다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걱정했어요.
Q. 걱정할 정도로 사진을 좋아하셨군요.
업계 선배님 한 분께 사진에 몰입해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지 여쭤봤죠. 괜찮다는 거예요? 사진이란 찍는 사람이 눈으로 본 것을 카메라로 표현하는 일이잖아요. 같은 사물을 가지고 외롭게, 따뜻하게 혹은 세련되게 표현할 수도 있죠. 다만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 의도를 그대로 느낄 수도 있고,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제 의도를 사진에 담아 적절한 매체에 적당한 시간에 전달하는 것이죠. 이 과정이 브랜딩이랑 똑같지 않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장인성 대표의 저서《마케터의 일》
퇴근 잘하고, 진짜를 경험하세요
Q.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퇴근 후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퇴근이 늦어 일상을 누리기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괜찮아요. 하루 종일 일이 몰리는 시기도 있고, 한두 달쯤은 그렇게 보낼 수 있죠. 반대로 여유 있게 퇴근하고 나로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일상도 있죠. 이런 시간이 적절히 섞여 있다면 괜찮아요. 하지만 1년째 퇴근을 못 하고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뭔가 잘못된 거예요.
Q. 1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죠.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1년쯤 살고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을 잃게 되죠.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하나의 메시지를 던졌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읽고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에요. 그런데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잘 상상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가장 첫 번째로 알아야 할 사람이 나예요.

작업실 진열대에 전시한 러닝화
Q. 그러네요. 바쁜 직장인들은 ‘아차’ 싶을 거 같아요.
퇴근해야죠. 《환승연애》도 보고, 《흑백요리사》도 보고, 맛있는 것도 드시러 가고, 여행도 하고, 스테이폴리오도 다녀오세요. 그렇게 충실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촉각, 미각, 청각, 후각을 직접 써보는 경험이 필요해요. 간접적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고, ‘진짜’를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TEMPORARY”라는 문구가 적힌 시계
중요한 것 먼저!
Q. 대표님의 저서《사는 이유》 속 ‘어느 시간 강박증 환자의 고백’이라는 대목에 공감했어요. ‘여유로운 사람을 보면 화난다’, ‘시간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소설에 있는 내용 절반은 실제 이야기예요. 전반부에서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는 부분 있죠? 거의 녹취를 옮겨적은 것처럼 똑같아요. 후반부에서 시간을 사고파는 설정만 소설이에요. 예전에는 앞차가 천천히 가고 있으면 ‘저렇게 한가한 인생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정도로 바쁘지는 않아요. 그게 위임을 잘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덜 바빠지려면 위임을 잘해야 해요.
Q. 신입사원이라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위임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을 나누면 좋습니다. 중요도 ABC, 시급도 1, 2, 3. ‘A1’인 중요한데 시급한 것을 가장 먼저 해요. 그리고 ‘C3’는 안 해버려요. 여기서 펑크가 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냥 내버려둬야 해요.
Q. 많은 신입사원이 ‘내버려둬도 괜찮을까?’를 걱정할 것 같아요.
중요하지 않은 건 건드리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여유를 찾을 수 있어요. 동시에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을 제대로, 잘할 수 있는 비결이에요. 누구나 알고 있는 센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실천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죠. ‘어떻게 그냥 둬요?’라며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불편함과 불안함을 견디고 실천해야 해요.

팀장도, 대표도 모른다
Q. 마케터로서 여러 고민을 하면서 성장하셨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1999년부터 일했으니까 벌써 26년 정도 일했어요. 일하면서 처음에 잘 모르던 것들을 나중에 깨닫게 됐어요. 오래전 장인성이 초보 팀장이 됐을 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팀장이라고 다 알지 않아도 된다. 정답을 맞히지 않아도 된다.” 팀원들이 물어볼 때 답을 달라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해 달라는 것 같아요. 대표도 몰라요. 대표도 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2026년 처음 살아보고. 근데 뭘 알겠어요? 우리는 해마다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Q. 그렇네요.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질문할 때가 많죠.
같이 고민해 주면 되는데, 어릴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어요. 팀원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내 말이 옳아야, 정답이어야 나의 팀장 됨을 증명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속 좁게 우겼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팀장님들한테 그렇게 얘기하죠. “때때로 팀장이 져야 팀이 이길 수 있다”라고요. 모르면서 아는 척하면 티 나잖아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지, 그게 뭐 죄라고(웃음).

거실 한쪽에 걸린 얼굴 그림들
내가 일하는 건 나를 위해서
Q. 마케터, CBO로 일하시다가 이제 대표님으로 한 사업을 이끌고 계시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것만큼은 크게 얻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눈’이요. 임원으로 일할 땐 대표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어요. 대표로 일하니까 주주의 눈높이로 보려고 해요. 회사를 성장시키고, 이익을 내고, 지속하게 만드는 일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시선이 생긴 것 같아요.
Q. 대표님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쌓으며 살아오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일단 스테이폴리오 대표로서 성과를 내고요. 그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뭐가 됐든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어요. 일할 때 재미와 의미가 중요해요.
Q. 여러 마케터, 직장인들이 자기 일을 더 사랑하고 잘 해내고자 할 텐데요. 이들에게 몇 마디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을 사랑하고 잘하려면 그 일이 내 일이어야 해요. 남의 일 대신 해주면서 그걸 사랑하고 잘하기는 어렵거든요. 남의 일인데? 여러분, 설사 남의 일이더라도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내 일처럼 효과가 납니다. 내가 일하는 건 나를 위해서.
장인성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쉬는 법을 깨우친 사람이다. 그 시간 속에서 사진, 여행 등의 수많은 경험 자산을 쌓아 인상 깊은 캠페인을 만들었다. 지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판단력도 발휘했다. 그에게서 롱런하는 마케터가 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었다.
매거진 2편 「스테이폴리오 장인성 대표의 브랜딩 철학」에서는 에이전시, 네이버, 배달의민족, 스테이폴리오까지, 그가 26년간 쌓아온 브랜딩 철학을 들어본다. 아래 영상에서는 인터뷰 주요 부분을 만날 수 있다.
매거진 2편 :
스테이폴리오 장인성 대표의 브랜딩 철학

장인성 대표의 인터뷰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