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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5 min read

기차 좋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2026.02.09

선로 위에서 시작된 철도 덕후의 시선을 따라

한 달에 스무 번 넘게 기차를 타고 전국을 오가는 철도 유튜버 ‘경산역’의 기차 덕질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 근처에서 우연히 마주한 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시운전 중이던 KTX가 철도 교량 위를 가르며 시야를 통과하던 순간, 기차의 압도적인 속도와 크기가 기억 속에 강렬하게 새겨졌다. 그 경험을 시작으로 이어진 기차에 대한 애정은 역사 선로와 교량, 터널과, 철도를 이루는 건설 구조, 더 나아가 지하철의 역사 전반으로 확장됐다. 지금의 ‘경산역’은 우리 일상에 스며든 철도 풍경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선을 기록하는 관찰자다. 


어린 시절의 감탄이 취향으로 이어지다

 

처음 기차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어린 시절 KTX 시운전 장면을 본 순간이라고요? 초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예요. 당시 천안에 있는 외할머니 집 근처에 철도 교량이 있었어요. 그때가 KTX 개통 직전이라 시운전을 한창 하던 시기였는데, 길을 지나다가 큰 열차가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로 쌩하고 지나가는 걸 본 거죠. 너무 멋있는 거예요. 지금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그 후로 친구들이 게임하고 밖에서 놀 때, 저는 기차에 대한 정보나 사진을 찾아보며 더 깊이 빠졌어요.

야외, 하늘, 도로, 건물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 경산역 유튜브

그때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져 ‘철도 유튜버 경산역’으로 활동하고 있네요.
제가 기차를 워낙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부모님이 DSLR 카메라를 사주셨어요. 그걸 들고 기차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는 영상도 찍어 저장해 두곤 했죠.

처음 기차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린 건 언제예요? 2013년이에요. 그때는 아카이빙 목적으로 아주 가끔씩 올렸어요. 그러다 2015년에 올린 ‘KTX 최고시속 305km의 위력!’이라는 콘텐츠 조회수가 터지면서 유튜브를 계속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최근 3년 동안은 일주일에 하나씩 꼭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트랙, 교통, 기차, 철도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시간이 지나면서, 어렸을 때와는 달리 기차와 철도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나요?
지금은 철도 시스템을 넘어 철도 건설까지 전반으로 관심이 확장됐어요. 대한민국 철도 환경 자체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예전에는 무궁화호가 다니던 구불구불한 선로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KTX가 다니는 직선 위주의 철길로 재편됐잖아요. 열차 종류도 다양해졌고, 교량이나 터널의 길이와 구조 자체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이런 변화를 발견하는 게 굉장히 흥미로워요. 

야외, 나무, 하늘, 산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 경산역 유튜브

특별히 눈여겨보는 구조물이 있는지 궁금해요.
터널이요. 정확히 말하면 터널에서 기차가 빠져나오는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 지어진 터널들은 굉장히 길거든요. 대표적으로 SRT가 지나는 수서–평택지제 구간을 잇는 율현터널이 있어요. 길이가 50.3km로 국내 최장 터널로 알려져 있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예요. 올해 6월, 이 노선이 서울역부터 수서를 지나 운정중앙역까지 이어지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장대터널 구간이 형성돼요. 완공 이후에 이 기나긴 터널을 열차가 고속으로 질주할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무게와 속도를 견디는 철길의 비밀

 

지상, 새, 야외, 떼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무거운 기차의 하중과 진동을 견디는 ‘철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기차 레일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나요?
예전에는 기차에서 ‘덜컹덜컹 소리가 난다’라고 표현했잖아요. 그 소리는 레일과 레일 사이에 이음매가 있었기 때문에 난 거에요. 보통 레일 한 개의 길이가 25미터 정도인데 예전에는 그걸 그대로 이어서 사용하다 보니 이음매를 지날 때마다 바퀴에 충격이 전달됐던 거죠. 

KTX는 그 소리가 안 나죠.
KTX는 시속 300km로 달리기 때문에 덜컹거림이 있으면 안 돼요. 고속 주행 중에는 작은 진동도 탈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25미터짜리 레일을 용접해 약 300미터 이상으로 길게 연결한 ‘장대레일’을 사용합니다. 무게나 크기, 단면 형태까지 모두 고속 주행에 맞게 설계된 강철 레일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나의 선로처럼 이어져 있는 거죠.

700톤이 넘는 무게를 견디는 강철 레일이라니, 매일 타고 다니는 기차인데도 새삼 신뢰감이 생기네요.
요즘 열차들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제가 처음 반했고 덕후 인생이 시작된 열차는 강철로 만들어진 KTX였어요. 흔히 ‘KTX-1’이라고 부르는 첫 번째 고속열차죠. 18호차에 길이만 388.1미터, 무게도 700톤이 넘습니다. 그런 열차가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다는 건, 그 하중을 버텨내는 철과 레일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잖아요. 기온 변화가 큰 환경 조건에서도 레일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해낸다는 점이 철이라는 소재에 대한 믿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좌석 간격에도 이유가 있다

 

경산역 콘텐츠를 보면 KTX, ITX, 광역전철 등 다양한 열차들의 특징을 조명해 주잖아요. 각 기차는 구조나 역할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KTX는 대표적인 고속철도로 시속 300km로 주행하다 보니 서울–부산처럼 도시 간 거리가 긴 장거리 노선에서 주로 이용돼요. ITX나 무궁화호는 중·장거리 이동을 담당하고 있고요. 광역전철은 단거리 이동에 초점이 맞춰진 열차라고 볼 수 있어요.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 같은 지역까지 촘촘하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죠. 기차마다 속도와 역할, 담당하는 이동 거리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편이에요.

교통, 철도, 철도 차량, 차량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내부를 보면 좌석 구조나 공간감도 기차마다 다르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KTX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열차가 2004년 개통 당시 도입된 KTX-1이에요. 이 열차는 프랑스에서 도입된 차량이라 구조 자체가 유럽 기준으로 설계돼, 지금 기준으로 보면 좌석 간격이 다소 좁은 편이에요. 이건 구조적인 이유 때문인데요. KTX-1은 바퀴를 관절처럼 연결하는 ‘관절대차’ 구조를 사용해요. 일반 열차는 객차 하나마다 일반대차가 달려 있지만, KTX-1은 객차와 객차 사이에 하나의 대차를 공유하는 방식이죠. 그러다 보니 바퀴 수가 줄어들고 열차 폭과 길이도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 결과 좌석 간격도 함께 좁아진 거고요.

지금은 구조가 많이 달라졌나요?
한국형 고속열차를 개발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 KTX를 도입할 당시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는데 실제로는 핵심 기술을 충분히 이전받지 못했어요. 현지에서 국내 기술진들이 적잖이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 경험이 계기가 돼 1996년에 ‘G7 프로젝트’, 한국형 고속열차 개발 사업이 시작됩니다. 국내 기술진들은 자체적으로 고속열차 개발에 관한 자료를 모으며 학습했고요. 그렇게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 개발 고속열차 ‘KTX-산천’이 탄생하게 됩니다.

철도 덕후의 면모가 제대로 드러나네요. 나무위키 같아요. 그 기술의 발달로 지금의 'KTX-이음'과 'KTX-청룡'까지 탄생한 거네요?
맞아요. 그 이후 등장한 'KTX-이음'과 'KTX-청룡'은 ‘동력 분산식’ 구조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기존 KTX-1이 기관차에 동력이 집중돼 있던 방식이었다면, 이음과 청룡은 객차 아래에 동력이 분산돼 있어서 가감속이 훨씬 빠르죠. 역 간 거리가 짧은 우리나라 환경에 잘 맞는 구조예요. 열차 폭이 넓어졌고 좌석 간격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기차가 지나간 자리, 삶이 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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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구조물이 다른 건축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철도 구조물은 오직 기차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겠죠. 도로만 해도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처럼 여러 수단이 함께 쓰이잖아요. 철도는 기차만 다닐 수 있는 구조물이죠. 레일부터 신호 시스템, 교량과 터널, 역사, 승강장 지붕 하나까지 전부 기차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요. 목적이 굉장히 명확하다 보니 각각의 구조물이 자연스럽게 개성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 철도 시스템은 얼마나 잘 구축돼 있다고 보시나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요. 먼저 정시성이에요. 정시성이 90% 이상으로, 지금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행하는 열차 열 대 중 아홉 대는 정시에 도착하거든요. 이건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또 하나는 가격이에요. 일본과 비교하면 같은 거리 기준으로 약 절반 수준이죠. 일본은 철도가 민영화 되어 있어서 수익 구조가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성이 강하다 보니 질 좋은 열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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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의 고속철도망이 구축되면서 이동이 훨씬 편해졌는데요. 이런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단순히 교통수단이 확장된 것을 넘어, 지역의 흐름과 생활 반경 자체를 바꿔줬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정부 차원에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전국 어디든 2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걸 목표로 노선 확장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강릉만 해도 예전에는 차로 6시간 걸리던 곳인데 지금은 2시간이면 갈 수 있어요. 관광객도 늘었고 지역 경제도 자연스럽게 활기를 띠게 됐죠. 철도는 이동 수단을 넘어 지역을 살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한국이 ‘철도 선진국’이라는 말에도 동의해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동의해요. KTX는 전기로 달리잖아요. 열차 위에 있는 전차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을 ‘전철화’라고 하는데, 전기로 운행하다 보니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환경적이에요. 정시성, 교통망, 전철화 수준까지 종합해 보면 대한민국은 충분히 ‘철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야외, 건물, 하늘, 나무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 경산역 유튜브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역사를 다녔다고요. 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느낀 곳은 어디인가요?
대구광역시 군위군에 있는 화본역이에요. 1930년에 만들어진 간이역인데, KTX-이음이 다니는 새로운 선로가 생기면서 2024년 12월에 폐역이 됐어요. 예전식 선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직도 ‘덜컹덜컹’ 소리가 나던 철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당시 증기기관차가 물을 보충하던 급수탑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지금은 퇴역한 새마을호 객차도 보존돼 있는데, 내부를 카페로 운영하고 있어서 옛날 열차의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니, 시간 나실 때 한 번쯤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결국엔 모두를 위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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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혼자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 텐데요. 유튜버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댓글이요. 제가 만든 영상을 누군가 보고, 거기에 반응을 남겨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한 일이잖아요. 제 영상을 꾸준히 시청해 주시는 분들이 남기는 응원의 댓글을 보면 정말 큰 힘이 돼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 덕분인 것 같아요.

코레일 명예기자단, 국가철도공단 기자단, 대구교통공사 기자단 등 여러 활동을 해왔잖아요. 철도 유튜버로서 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철도 유튜버로 해보고 싶었던 목표들은 다 이뤘어요. 기자단 활동부터 어렸을 때 꿈이었던 운전실에 앉아보는 것까지 다 해봤거든요. 지금은 좋아하는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저만의 방식으로 계속 찍고 담아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슬기’로서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예요?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제가 어릴 때부터 찍어온 영상과 사진이나 모아온 승차권 같은 자료들을 철도박물관에 기증하고 싶어요. 실제로 2004년 KTX 승차권부터 2007년 경산역 시간표까지 지금도 다 모아두고 있거든요. 이런 기록들은 버리기도 아깝고, 혼자만 갖고 있기도 아깝잖아요. 누군가가 참고해서 볼 수 있는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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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유튜버 ‘경산역’(본명 : 이슬기) 대한민국의 기차들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철도 유튜버 경산역.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제14,15기 명예기자단,  국가철도공단 레일메이트 SNS 기자단, 대구교통공사 제 8기 시민기자단, 국토교통부 협업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철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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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