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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6 min read

영하 170℃에 버티는 철근의 비결은?

2025.10.01

세계 최초 35D 사이즈 초저온 철근을 만들어낸 현대제철의 기술력

스틸데일리_철근

철근이 유리처럼 깨진다면?


철은 차가워질수록 더 단단해진다고들 해요. 그런데 영하 170℃까지 내려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죠. 보통의 철근은 이 온도에서 순간적으로 ‘뚝’ 하고 깨져 버립니다.🔩 단단한 얼음이나 유리가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LNG 저장탱크나 수소 저장소처럼 초저온 환경에 노출되는 시설은 어떻게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을까요? 현대제철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초저온 철근’을 개발했습니다.


LNG와 수소, 왜 초저온이 중요한가

2509_현대제철_초저온 철근-01

LNG(액화천연가스)는 영하 163℃에서만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어요. 가스를 그대로 저장하기엔 부피가 크기 때문에 300분의 1로 줄이려면 반드시 액화 과정을 거쳐야 하죠. 이 과정에서 탱크는 항상 극한의 저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철근이 깨져 탱크가 손상되면 LNG가 한순간에 유출될 수 있고, 이는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2509_현대제철_초저온 철근-02

수소 역시 마찬가지에요.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는 앞으로 저장·운송 시설 등이 크게 늘어날 예정인데요. 이 역시 초저온 환경을 견디는 강재 없이는 불가능해요. 결국 LNG와 수소 시대를 뒷받침하는 기반에는 반드시 초저온에서도 끄떡없는 철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더 깨끗하게, 더 단단하게:
초저온철근의 제조 비밀


현대제철이 만든 초저온 철근은 기존 철근의 제조 과정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크게 세 가지 차이가 있어요. 우선, 원재료 단계부터 고급화를 택했어요. 일반 철근은 보통 재활용 스크랩을 쓰지만, 초저온 철근에는 불순물이 적은 A급 스크랩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고청정 조업을 더해 불순물을 철저히 제거했어요.

모먼트 TECH 초저온철근 – 합금 원소 첨가 모션 그래픽

합금 기술도 중요합니다.🔥 철은 결정 구조를 기준으로 오스테나이트*와 페라이트**로 나누는데요. 오스테나이트가 저온 환경을 더 잘 견디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페라이트도 오스테나이트처럼 저온을 잘 견디도록 만들 수 있어요. 니켈(Ni)과 망간(Mn)을 더해 저온에서도 인성(외부에서 잡아당기거나 누르는 힘 때문에 갈라지거나 늘어나지 않고 견디는 성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합금 원소 첨가율이 증가함에 따라 더 낮은 온도에서 높은 파괴에너지를 견딜 수 있어요. 덕분에 유리 처럼 깨지는 ‘취성 파괴’를 막을 수 있죠.

*오스테나이트 : 철의 고온에서 안정한 구조(FCC)로, 극저온 환경에서도 높은 인성을 유지하지만 페라이트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임.

**페라이트 : 철의 상온에서 안정한 구조(BCC)로, 경제적이고 자성을 가지지만 저온에서는 취성(깨지기 쉬움)이 나타남. 니켈·망간 같은 합금 원소를 첨가하면 저온에서도 인성을 유지할 수 있음.

모먼트 TECH 초저온철근 – 조직 제어 모션 그래픽

또 하나, 미세조직 제어 기술이 숨어 있어요.🪨 철 안에 펄라이트(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조직)가 과도하게 생기면 깨질 위험이 커져요. 현대제철은 펄라이트 생성을 지연시키고 조직 경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균열이 직선으로 빠르게 퍼지지 못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쉽게 말해 금이 퍼져나가는 길을 일부러 구불구불하게 만든 셈이죠.


실험이 입증한, 초저온에서도 깨지지 않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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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말뿐이 아닙니다. 실제로 영하 170℃라는 극한 조건에서 진행된 시험에서도 성능이 입증됐습니다.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원(LIST)에서 진행한 초저온 인장 시험 결과, 항복강도*, 인장강도**, 균일 연신율*** 등 모든 항목에서 목표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요.

*항복강도(Yield Strength) : 재료가 처음으로 ‘영구 변형’을 시작하는 힘의 크기

**인장강도(Tensile Strength) : 재료가 끊어지기 직전까지 버틸 수 있는 최대 힘

***균일연신율(Uniform Elongation) : 재료가 ‘고르게 늘어나는 구간’에서 얼마나 길게 늘어날 수 있는지 비율(%)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치 민감도(NSR)’ 지표입니다. 철근에 흠집(노치)을 낸 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측정하는 방식인데, 초저온철근은 NSR 값이 1을 넘어 흠집이 있어도 항복 강도 이상을 버틸 수 있음을 증명했어요. 이는 실제 구조물에서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죠.🦾


여기에 현대제철은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를 더했어요. 기존에는 해외 기관에서만 가능했던 초저온 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초저온 인장시험기를 포항 품질 부서에 구축한 것입니다. 덕분에 앞으로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초저온 성능 검증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보다 안정적인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답니다.


현대제철의 초저온 철근이 설치된 현장

세계_포스코에너지 광양LNG

포스코건설의 광양 LNG 탱크

가스신문_당진LNG기지_건설중

KOGAS 당진 LNG 탱크


초저온철근은 이미 현장에 적용되며 그 가치를 입증했어요. 국내에서는 포스코건설의 광양 LNG 탱크 현장에서 D25 규격으로 처음 적용됐어요. 이후 KOGAS 당진 LNG 탱크 현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D35 규격까지 확대 적용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죠. 경쟁사 제품이 32mm 규격까지만 개발했음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이 ‘35mm급 초저온철근’을 상용화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현재는 LNG 저장시설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소 저장소, LNG 추진선, 대규모 에너지 저장 설비(ESS) 등으로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기대돼요.


초저온 철근 기술이 가져올 미래


초저온 철근은 단순히 강한 철근이 아니에요. 영하 163℃라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에너지 전환 시대를 안전하게 이끄는 발판이 됩니다. 더 나아가 한국 철강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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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초저온 철근 기술으로 2024년, IR52 장영실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어요. 수상은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초저온철근이 국내 최초,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성과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에너지 시설과 도시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방패, 초저온 철근. 지금 이 순간에도 LNG와 수소 인프라의 안전을 지켜내며 미래 에너지 시대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어요. 그 중심에서 현대제철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콘텐츠에서 현대제철의 초저온 인장시험기에 관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moment]는 '철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각인시키는 현대제철의 대내외 공식 플랫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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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