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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6 min read

타이어 속 스틸, 지구의 무게를 바꾸다

2025.10.31

한 가닥의 철선, 탄소는 줄이고 강도는 그대로

바퀴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철

타이어코드_구조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이어입니다. 도로와의 마찰력을 통해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타이어가 겉보기에는 단순한 고무 같지만 그 안에는 수천 가닥의 얇은 철선이 숨어 있습니다. ‘타이어코드강(Tire Cord Steel)’이라 불리는 이 초미세 강선은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고, 고속 주행 중에도 변형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타이어의 ‘뼈대’죠. 건물에 철근이 들어가야 버티듯, 타이어 속에는 강선이 들어가 모양을 유지하고 진동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철선은 머리카락보다 약간 두꺼운 직경 0.2mm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얇은 철선을 밧줄처럼 꼬고, 그물처럼 엮어 스틸벨트를 만듭니다. 단단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게 됩니다. 덕분에 타이어는 빠르게 회전하고, 급제동할 때도 형태를 잃지 않죠. 타이어는 고무와 철의 협업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철이 ‘타이어의 생명’을 지탱하는 셈이죠.

 

철이 들어간 타이어가 더 안전한 이유

타이어코드강은 오랫동안 고로(용광로)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고로는 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철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제조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됩니다. 자동차가 아무리 전기차로 바뀌어도, 소재를 만드는 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탄소 저감이란 말이 무색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고로재VS당사_전기로_제어비교

고로(용광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철을 만드는 방식은 탄소 배출이 많지만 품질이 균일하고 강도가 높습니다. 반면, 현대제철이 새롭게 도전한 ‘전기로(EAF)’는 고철(스크랩)을 녹여 재활용하는 제강 방식입니다. 탄소 배출을 약 22% 줄이면서도 고로 수준의 강도와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죠. 문제는 전기로는 고로보다 스크랩으로부터 기인된 불순물 원소의 함량이 높고, 탈황과 개재물을 동시에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불순물들이 타이어코드를 뽑는 과정(신선 공정)에서 단선을 유발해 품질 편차를 키웁니다. 다시 말하자면, 타이어코드를 뽑는 신선(伸線) 공정에서 철선을 끊게 만드는 주범이죠.

현대제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용강 속의 알루미늄 성분을 최소화하고, Al₂O₃(경질) 대신 SiO₂(연질) 계열 개재물이 형성되도록 전 공정의 제어 기술을 새로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선율을 크게 개선하며, ‘전기로로 만든 고급강선’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웠습니다.

Al-free 공정: 기존에 쓰던 알루미늄 탈산제를 배제해, 경질 개재물(AlO) 발생을 최소화

Ca–SiO계 개재물 제어: 개재물을단단한 결정에서유연한 유리질로 바꿔 단선 방지

극진공 정련(RH)과 압연불순물 제거 후, 스텔모어 냉각 속도 제어를 통해 선재 전장의 온도 차를 줄임

이 기술 패키지를 통해 경질 개재물 비율을 기존 대비 40% 이상 줄였고, 단선율은 고로재와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되었습니다.

 

타이어 제조의 정밀한 흐름

수정_타이어코드_제조공정_장표

타이어코드강의 탄생은 단순히 철을 뽑는 일이 아닙니다. 직경 5.5mm 선재를 시작으로, 표면 산세·열처리·황동도금·이중 신선 등 총 다섯 단계를 거쳐 0.15~0.40mm의 초미세 강선으로 완성됩니다. 이 강선은 연선 공정에서 로프 형태로 꼬여 타이어코드가 되고, 다시 타이어 제작사 공장에서 스틸벨트 층으로 조립되어 완성차에 장착됩니다.

 

실차 검증, “주행 성능은 그대로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기아, 한국타이어, 효성첨단소재와 함께 공동으로 실차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아이오닉6 전기택시에 전기로재 타이어코드강이 적용된 타이어를 장착하고, 27,725km, 6개월간 실주행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이 주행은 단순히 거리를 채우는 테스트가 아니라, 도심 주행, 고속 주행, 장시간 운행을 모두 포함한 가혹 조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짧은 구간을 수백 번 반복해서 달리기 때문에 타이어의 피로 누적을 가장 빠르게 볼 수 있습니다.

마모율, 내구성, 소음, 진동 등 모든 지표에서 고로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냈죠. 탄소는 줄였지만 타이어의 성능은 유지했습니다. 전기로로 고급 강선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전기로를 활용한 타이어코드강 기술은 자동차 시트 스프링, 초고압용기 보강재 등 다른 고강도 부품으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강선 한 가닥. 하지만 그 안에는 철강 기술, 탄소 감축, 협업의 철학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오늘도 이 보이지 않는 철선을 통해강도는 그대로, 탄소는 더 가볍게라는 새로운 이동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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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