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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에도 고율관세 못 벗어난 철강

2025.11.10

정부 지원책 윤곽 드러내… ‘K-스틸법’ 통과도 기대



한미 관세협상 세부사항 주요 내용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기존에 통보한 25%보다 낮은 15%의 관세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자동차도 포함됩니다. 또 앞으로 적용될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습니다. 


미국 철강 ·파생 제품 관세 부과 현황


하지만 관세율이 단 1% 포인트도 조정되지 않은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철강 산업입니다. 철강은 여전히 50%라는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수월하게 미국과 관세 협상 타결에 성공한 일본 역시 철강 관세는 낮추지 못했습니다. 철강 관세를 낮추기 어려운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에 협상의 지렛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이유가 가장 큽니다. 철강 산업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Rust Belt)’의 핵심 산업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협상은 피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데 여러 난관이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기로 제강 공정 모습 ©현대제철


철강은 우리나라의 7대 수출품이자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입니다.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해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간 업계와 학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는데요. 정부가 다양한 각도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행히 산업통상부는 11월 4일 철강 산업을 위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일단 시장에서는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공급 과잉 품목의 설비는 감축하겠다는 겁니다. 철강산업은 미국의 고율 관세 이전에는 중국산 철강의 공급과잉으로도 오랜 기간 속앓이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형강이나 강관처럼 중국산 물량이 쏟아지는 품목은 기업의 선제적인 설비 규모 조정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강판 코일 더미 사이로 작업자가 제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와 함께 특수탄소강과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성장 분야에는 투자를 집중할 계획입니다. 철강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정부는 특수탄소강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2030년까지 10대 핵심 품목에 2,000억 원을 투입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용 고망간강과 자동차 경량화 강판, 방산·우주항공용 특수강 등 고부가 소재 시장 점유율을 현재 12%에서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당장 고율 관세로 수출길이 좁아지는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 지원책도 포함했습니다. 총 4,000억 원 규모의 철강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 상품과 1,500억 원 규모의 철강·비철 파생상품 이차보전 사업을 신설합니다. 철강 수출기업의 가격과 환율 리스크를 완화해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고율관세에 시달리는 철강분야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입니다.


열연강판 ©현대제철


필요하면 철강 업계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철강특별법)’도 국회와 협의를 통해 제정할 예정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5년 단위 기본 계획과 매년 실행 계획을 수립합니다. 철강이 법적으로도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현재 여야 이견이 없어 조만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앞서 설명한 정부의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APEC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아야겠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철강은 추후 협상이 더 가능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지금 철강은 50%로 지금 돼 있는 상황”이라며 “그 부분은 미국에 더 요청해야 할 사항이고 현재까지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답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50% 관세,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 전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를 병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기자의 핵심 체크!

✓ 한미 협상에도 불구하고 철강은 50% 고율 관세 유지 

✓ 정부 차원 지원 절실… 산업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발표

✓ 정부,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협상 계속 이어져



이광수 기자 본업이 음악이라고 우기는 경제부 기자. 평일에는 기사를, 주말에는 곡을 씁니다. 발표한 곡으로는 <어디있니> <아름다운> <혼자 남겨지고 싶어서 그래> <하리보> <늦은 사랑>이 있습니다. YTN 라디오, SBS BIZ, 이데일리TV 등에서 경제 뉴스를 전달했습니다. 지금은 SBS 러브FM <박연미의 목돈연구소>에 출연중입니다. @egwa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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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