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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3 min read

개미가 설계한 항만의 하루

2025.11.20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항만

제철소의 하루는 용광로가 아니라 항만에서 시작됩니다. 당진제철소 원료하역부두에는 연간 250척이 넘는 대형 선박이 입항하고, 철광석·석탄·부원료 등 3천만 톤 이상의 원료가 이곳을 통해 들어옵니다. 하지만 바다는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계속 만들어냅니다.🌊 파도, 바람, 조수간만, 기상 악화, 장비 고장, 갑작스러운 선박 일정 변경까지. 항만은 하루에도 여러 변수를 만납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어떤 배를 먼저 붙이고, 얼마나 하역할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선석계획(Ship Berth Planning)입니다. 선석계획은 바둑판 위 수(手)처럼 경우의 수가 끝없이 펼쳐지는 업무입니다. 선박 크기, 화물량, 장비 가용성, 조위(물때), 도선 가능 시간, 바람 세기, 파고 등 수치로 환산된 변수만 수십 가지죠. 앞으로는 AI가 이 업무를 도와줄 예정입니다.🤖

야외, 하늘, 물, 배이(가) 표시된 사진  AI 생성 콘텐츠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선석계획 최적화 가이던스 모델’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항만의 모든 결정을 AI가 대신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판단을 돕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더 빠르게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복잡한 계산을 대신해주는 훌륭한 ‘선석계획 어시스턴트’입니다. 


개미의 길찾기에서 탄생한 항만의 로직


이 모델의 뿌리는 의외의 곳에서 왔습니다. 바로 ‘개미 군집 최적화 알고리즘(ACO)’🐜. 개미는 먹이를 찾기 위해 수많은 길을 탐색하고, 더 좋은 길을 찾으면 페로몬을 남기고, 다른 개미들이 그 길을 따라가며 결국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수렴합니다. 현대제철의 항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선박이 먼저 들어오는지. 어느 선석에 붙일 수 있으며, CSU(하역설비) 몇 대를 배정해야 하는지. 조위(물때)에 따라 대형선이 들어올 수 없는 시간대가 있고, 장비는 정비 때문에 특정 시간에 사용할 수 없죠. 기상이 나빠지면 작업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개미가 최적 경로를 찾듯, AI가 각각의 시나리오에 ‘페로몬 점수’를 부여하며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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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항만 데이터는 생각보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선박 정보는 엑셀 첨부 이메일로 흩어져 있었고, 입항 일정은 변경될 때마다 다시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AI의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선석 관련 메일을 자동 수집·크롤링해 DB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1년이 넘는 항만 실적 데이터를 정제해 모델 학습이 가능한 실제 운영 데이터셋을 만들었습니다. AI의 첫 단계는 코딩이 아니라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일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인 셈이죠.


AI가 제안한 ‘최적의 하루’


이제 AI는 여러 가정을 바꿔가며 시나리오를 비교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계획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경험 기반 계획과 AI가 추천한 시나리오를 비교하면 선박 대기시간, 하역 완료 시간, 장비 배분 효율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 모델은 ‘기대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스템입니다.

항만은 공장과 다릅니다. 바다는 예측이 어렵고, 바람·파고·기상 악화·장비 고장 같은 돌발 상황이 빈번합니다. 파도가 거세면 배의 도착 시간은 지연되고, 때로는 모든 상황을 정지해야만 할수도 있습니다. 날씨는 AI도 알 수 없죠. 그래서 이 모델의 이름이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 ‘가이던스’인 이유입니다. AI는 ‘최적의 시나리오’를 알려주는 나침반에 가깝습니다. 항로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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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에서 공장 전체로 확장되는 AI


이번 프로젝트는 스마트 제철소의 서막입니다. 선석계획이 안정되면, 저장고 적치, 배합, 반출 계획까지 연결할 수 있죠. 공장 전체의 공급망(SCM)을 최적화하는 것도 꿈꿔볼 수 있습니다. 조업 안정성, 원가 절감, 생산계획까지 전 공정의 ‘리듬’이 좋아집니다. 

항만에서 시작된 AI는 저장고 적치·배합·반출·조업 계획으로 확장되며, 결국 제철소 전체의 공급망(SCM)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바다에서 시작되는 제철소의 하루. 이제 그 첫 장면을 AI가 다시 그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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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