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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5 min read

‘장사천재 조사장’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식

2025.11.27

‘굴 간장을 곁들인 알배추 숙주찜’

을지로의 작은 골목. 단 14석인 ‘을지로보석’ 앞에는 늘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코로나로 거리의 불이 꺼지던 시기에도 이 집만큼은 늘 환했다. 스물네 살에 첫 한식 다이닝을 열고 늘 만석으로 채운 셰프. ‘흑백요리사’에서는 ‘장사천재 조사장’으로 불렸고, 신세계 그룹 정용진 회장이 요리를 맛보기 위해 직접 대기했다는 이야기로 더 유명해진 사람.✍️ 바로 조서형 셰프다.

조서형 셰프의 시작은 더 이르다. 초등학생 때 오징어순대를 스스로 만들어 먹고, 중학생 이전에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싹쓸이한 인물이다. 심지어 한 번 맛본 요리를 기억해 재현해내는 감각을 가졌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이 “젊은 사람이 어떻게 할머니 맛을 내냐?”라고 감탄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그는 ‘을지로보석’과 ‘여의도요정’을 이끌며 전국 산지의 제철 식재료를 그날 들여와 그날 모두 소진한다. 신선함을 우선하고 자극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담는다. 그렇게 한식의 전통과 지금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잇는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제철 요리



Q. 소개해 주신 겨울 제철 요리는 ‘굴 간장을 곁들인 알배추 숙주찜’인데요. 이 요리는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지금 배추와 굴이 겨울 제철인 식자재 중 하나인데요. 배추는 단맛이 제일 많이 올라올 때예요. 그 단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맛과 대비되는 짠맛인 간장을 활용했어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간장에 데친 굴을 넣어서 감칠맛과 씹히는 식감까지 더했답니다.

Q. ‘굴 간장’은 처음 들어보는 거라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한식에는 간장이 중요한 요소예요. 새롭게 접근해 보고 싶어서 간장에 해산물을 데쳐서 넣거나 건어물을 넣기도 했어요.🫙 이번에는 굴을 끓는 물에 데쳐서 넣었고 홍고추, 파 등의 채소들을 다져서 넣었어요.

Q. 이번 요리에서 가장 신경 쓴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굴과 배추를 끓는 물에 데칠 때 재료들의 익힘 정도가 중요해요. 수분감이 맞아떨어져야 하거든요. 굴은 간장이 들어가면 물컹할 수 있으니 적당히 익혀 탱탱함을 유지할 수 있게 했어요. 배추도 마찬가지로 단맛이 올라올 정도로만 쪄서 씹는 식감이 남아있게 했고요. 

Q. 식재료를 다양하게 다루시는 분이라 어떻게 이 식재료들을 구해오시는지 궁금해요. 보통 어떻게 구하시나요?

식재료는 최대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해요. 전국에 있는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재료들을 공수하고 있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을지로보석’, ‘여의도요정’ 모두 재료를 가지고 와서 그날 다 소진하는 시스템이에요.

Q. 당일 소진이라니 놀랍네요. 그렇다면 셰프님만의 요리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요리할 때 중점으로 두는 것은 계절을 담아내는 거예요. 한국은 사계절이 있다 보니까 제철 식자재를 많이 쓰고 계절감을 요리에 온전히 담아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 재료에 맞는 양념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양념으로 맛을 내되 재료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도록 한답니다.🥬


기억을 회상하는 요리


Q. 셰프라는 직업이 힘들 때도 있으신가요?

체력적으로 힘든 건 오랜 시간 겪어와서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다만 오픈 키친이다 보니 손님이 만족하지 못했을 때 그 반응을 바로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손님 표정만 봐도 느껴지거든요. 그래도 처음 선보인 요리가 그 손님의 입맛과 다를 수 있으니까, 바로 다른 메뉴로 바꿔드리거나 취향을 여쭤보고 맞춰드려요. 그게 오픈 키친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Q. 셰프님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요리하셨더라고요! 그 경험이 지금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식자재를 경험하다 보니까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지금은 식자재만 봐도 어떻게 조리해야 할지 바로 그려져요.

Q. 수많은 경험은 몸에 감각으로 녹더라고요. 그렇다면 셰프로서 느끼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손님들이 맛있게 드셨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새로운 식자재나 색다른 조리법을 개발해 내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고요.

Q.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그러면 요리에서 특히 잘 해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음식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요리는 기억을 회상하는 일 중 하나예요. 저희가 시즌마다 김치를 다르게 만드는데, 어떤 분들은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김치 담가줬는데, 그 맛이 난다.”고 하세요. 제피라는 산초 가루를 넣어 알싸한 맛이 나는 열무김치를 만들기도 해요. 경상도 분들이 맛보시고는 “어릴 때 많이 먹던 맛이다.”라며 반가워하기도 하세요. 저는 그런 맛들을 다시 기억나게끔 도와드리는 역할인 거죠.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제 요리가 빛이 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Q. ‘흑백요리사’ 이후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겪으셨나요?

방송 나온 후에 법인 회사를 하나 설립했어요. 주식회사 ‘노호’라고 하는 회사인데, 대부분 영어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시대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표를 뜻하는 말이에요. 계절감을 알리는 표구죠. 사계절의 식문화를 제품이나 레스토랑으로 이어 나가보자 해서 이렇게 이름 짓게 되었답니다. 회사를 만든 게 가장 큰 일인 것 같아요.


안정감을 주는 조리 도구


Q. 셰프님이 아끼시는 철제 조리도구를 알고 싶어요.

우선 스테인리스 스파출라요. 양식에서 플레이팅용으로 쓰는 건데 저는 뒤집는 걸로 써요.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어서 세척이 간편하고, 면적이 크고 무게감이 있어서 눌러주는 압력이 좋아요.

Q. 여기 구멍이 나있는 건 스푼인가요?

네. 타공 스푼이에요. 직원들이 다이어트 숟가락이라고 부르는데, 건더기를 건져서 플레이팅하거나 양념에서 필요한 재료만 걸러낼 때 써요. 4~5년 정도 계속 쓰던 거라 애착이 가요.

Q. 이런 스푼은 특히 손에 익은 걸 자꾸 쓰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 거름망을 자주 써요. 일반 거품 거름망보다 면이 훨씬 촘촘해서, 더 맑은 국물이 필요할 때 사용해요. 매장에서 쓰는 철제 도구의 경우 만졌을 때 기분 좋은 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무게감이 있고 부피감이 있으면서도 열전도율이 좋은 도구들을 더 골라서 쓰고 있어요. 안정감이 있어요!🍴

Q. 셰프님에게 ‘철’은 미감, 실용성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 도구인가요?

 요리 도구에 있어서 철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예요. 나무는 내구성도 떨어지고 세척도 쉽지 않아서 주방에서는 스테인리스 조리도구를 많이 써요.


다음 계절을 향한 꿈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내년에 칼국숫집을 하나 오픈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인생 최종 목표는 ‘밥이 맛있는 사우나’를 하는 거예요.🛀 제가 사우나를 가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사우나는 몸이 편안해지는 곳인데, 거기서 밥까지 맛있으면 최고의 휴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밥이 맛있는 사우나라니 재미있는 아이디어네요! 그렇다면 셰프를 꿈꾸거나 이제 막 시작한 청년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요리는 음식을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하는 요리보다 누가 먹어도 어떤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리를 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맛있는 걸 많이 먹어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먹는 만큼 느껴지거든요. 많이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서형 셰프의 ‘굴 간장을 곁들인 

알배추 숙주찜’ 조리 과정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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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