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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4 min read

[아무튼 철덕] 시간과 감정을 담은 쇠맛

2025.07.18

차갑고 강렬한 ‘철’에 ‘시간과 감정’을 녹여내다

K-POP의 ‘쇠맛’ 세계관을 확장해 온 3D 그래픽 아티스트 콜미치(본명 성치영). 에스파, 제니, 뉴진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에 독특한 ‘쇠맛’을 입히며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철이 가진 기존의 ‘차갑고 강렬한’ 이미지를 넘어, 따뜻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콜미치의 손에서 철은 더 이상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흐르고 감정을 품은 생명체가 된다. 시간과 기억을 머금은 철의 질감을 통해 감정의 언어를 전하는 것, 그것이 그가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 시간을 견딘 재료, ‘철’


©CALLLMECHI Portals (2023)

콜미치 작품에 등장하는 강렬한 금속성 질감을 3D로 구현할 때 기술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해요.
주로 기계적이고 단단한 *하드서피스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병행해, 인위성과 자연스러움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요. 금속이라는 재질은 단순한 물질로 존재하기보다, 아트워크 안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해야 의미가 생기거든요. 그래야 세련되면서도 이전에는 보지 못한 낯선 느낌이 살아나고요. 단순한 **리플렉션이나 ***노이즈 레이어링을 넘어서 ‘물성 안의 감정’을 어떻게 드러낼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재질의 입체감을 섬세하게 커스터마이징해 시각적으로 ‘생명력 있는 금속’을 구현하려고 해요.

*하드서피스(Hard Surface) : 3D 모델링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구조물이나 물체를 모델링하는 방식
**리플렉션 : 빛이 물체 표면에 반사되어 다른 물체나 카메라에 비치는 현상
***노이즈 레이어링 : 불규칙한 패턴이나 질감을 여러 레이어로 겹치는 스타일

‘철’을 3D 그래픽으로 표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철은 단순한 구조적 재료를 넘어서 인류의 진보와 생존을 함께해온 상징적인 소재라고 생각해요. 견고하게만 표현하기보다 시간을 견디고, 감정을 지닌 존재처럼 접근합니다. 마모되거나 산화된 부분,  열감을 머금은 색감을 활용해 입체적이고 서사가 있는 내러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그래야 두려움, 아픔, 강함, 때로는 따뜻함까지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콜미치 아트워크는 몽환적이고 따뜻하다는 평가도 받아요. 사람들의 ‘철’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나요?
의도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대부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에요. 이야기 속에 감정이 있고, 그걸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차갑고 단단한 철의 이미지에 색감과, 텍스쳐를 더해 다양한 감정을 입혀요. 예를 들어, 뮤직비디오 작업은 기승전결이 있는 시나리오에 따라 인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데, 그 과정에서 따뜻함이나 몽환적인 느낌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뉴진스, 에스파, 씨엘, 제니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콜미치와 협업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과감하고, 삐뚤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평범한 것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작업을 좋아하거든요. 아티스트들도 같은 이유로 저를 찾는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라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풀어주겠다’는 기대랄까요. 물론 어렵지만, 어려운 것들이 모여야 더 멋진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설명되는 작업’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작업은 보다 추상적인 작업이 재밌어요. 작업물 앞에서 각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오래 머무는 것 같거든요. 뮤직비디오 댓글만 봐도 사람들이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서 써놓은 게 많은데, 그런 걸 보면 정말 재밌어요.

앞으로도 같은 방향의 작업을 이어가실 건가요?
형태나 색이 강렬하면서도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는 작업을 선호하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 불완전을 담아내는 쇠맛

 
©CALLLMECHI Alpha met Third Eye Zone (2023)

디렉팅이 필요한 작업물 외에, 개인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스치는 감정의 파편이나 음악, 패션, 도시와 자연 풍경 같은 순간에서 시작돼요. 전시도 유심히 하나하나 보는 편이고요.

그렇게 얻은 영감이 하나의 아트워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 있으면 그걸 바로 시각화하는 편이죠. 색이나 라이팅을 바꿔가며 상상 속 이미지를 구현해 보고, 괜찮은 텍스처가 나오면 그걸 기반으로 구조를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입혀요. 일종의 자유로운 실험을 거쳐 하나의 결과물에 도달하는 방식이에요. 

 


©CALLLMECHI aespa ‘Armageddon’ MV 중 윈터의 날개


©CALLLMECHI aespa ‘Armageddon’ MV 중 초인


지금까지 작업한 아트워크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작업물 중 하나는 리전드 필름(Rigend Film)의 윤승림 감독님이 디렉팅하신 에스파(aespa)의 ‘Armageddon’ 뮤직비디오예요. 감독님이 기획한 수많은 작업 중에서도 ‘윈터의 날개’와 ‘초인’의 존재를 표현했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공간 안에서 무게와 색감을 최대한 경이롭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했던 작품이거든요.

# 기억과 감정을 품은, ‘철’ 

비비드한 색상과 강렬한 비주얼 효과가 눈에 띄어요. 철을 표현할 때 색감이나 질감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방식은 어떻게 구현하나요?
철을 ‘회색’이나 ‘검정’ 같은 익숙한 색이 아닌 형광 핑크, 초록, 네온 블루처럼 낯선 색으로 뒤집는 걸 즐겨요. 주변 환경에 반사되어 시시각각 바뀌는 철의 태도와, 때로는 인간 친화적인 면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녹았다가 단단해졌다가 가루가 되기도 하는 철은 여러 얼굴을 가진 재료예요. 색감 실험은 단순히 미학적인 시도가 아니라, 차가운 물질 속 따뜻함처럼 철이 내포한 감정의 반전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에요.


©CALLMECHI 앤팀의 ‘WARCRY’ 뮤직비디오 습작


철을 주제로 한 3D 작업에서 가장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철이 액체처럼 유기적으로 자라나고 흐르는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예를 들어 앤팀(And Team)의 ‘WARCRY’ 뮤직비디오에서는 철이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파형을 그리며 흐르거나 증식하듯 자라나는 형태로 등장하죠. 유기적인 움직임 덕분에 단단한 물질 속에서도 묘한 감정과 생명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어요. 메탈릭한 텍스처에 감성적인 흐름을 입히려 한 실험이었어요.



©CALLMECHI XG IS THIS LOVE 뮤직비디오 중 ‘하비의 몸’
 
©CALLLMECHI XG IYKYK 뮤직비디오 중 ‘히나타의 눈물’

 

물리적인 질감을 넘어서 감정적 연결이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방식이 궁금합니다.
윈터의 ‘날개’는 산화된 철과 레진을 결합해 유연하게 움직이고, 빛을 머금게 표현했어요. XG 하비의 몸에 들어간 철 재료들은 오랜 시간과 복잡함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했고요. XG 히나타의 눈물은 메탈릭한 눈물이에요. 쇠맛이지만 몽환적이죠. 디지털 아트 속 철은 단순히 차가운 소재나 트렌디한 물질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품은 따뜻한 조형물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CALLLMECHI 제니 ‘LIKE JENNIE’ 뮤직비디오 속 장면

 

지금까지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해왔는데, 그들의 개성과 스타일을 3D 그래픽에 어떻게 반영했나요?
제니의 작업은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자신의 색을 이야기하는 강한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였어요. ‘LIKE JENNIE’라는 곡 제목처럼, 온전히 제니 자신을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빨간 약을 삼킨 제니가 거대한 로켓 앞에서 영웅처럼 등장하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한 트랙 속에서 그녀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설정이었어요. 특히 로켓 파트는 전부 3D로 드레싱된 구조물이었고, 실제 무대와의 조화를 고려해 웅장함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니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매트릭스 매트릭스 장면에, 제가 다양한 방식의 아이디어를 더해 룩을 좁혀간 하이라이트 컷이라 애정이 가는 작업이에요.

 
©CALLLMECHI 에스파 아마겟돈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에스파는요?
에스파의 경우, 자신들이 바라보는 미래상을 굉장히 또렷하게 제시하는 팀이라 마치 한 편의 SF 영화를 제작하는 듯한 접근이 필요했어요. 각 멤버의 캐릭터성과 개성을 살리면서도 ‘에스파’라는 팀의 정체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에스파만의 서사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질감과 시뮬레이션을 믹스매치하며 몽환적인 요소들을 활용했습니다. 각자의 세계를 지닌 멤버들이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공존하도록 균형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고 도전적이었어요.

다음 콜미치의 작업이 기대되는데요.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감정도 하나의 구조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철처럼 단단하고 오래가는 건 꼭 물질만이 아니잖아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이나 희미한 기억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을 때가 있죠. 그런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천천히 느끼고 쌓아가면서, 스쳐간 순간이나 사람들, 그리고 주변 것들이 가진 의미를 다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철’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까운 소재지만, 동시에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 간극을 줄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실내, 사람, 벽, 의류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콜미치(CALLLMECHI) : 본명 ‘성치영’. 에스파, 뉴진스, 라이즈, NCT 등 네임드 K-POP 아티스트들이 실무에서 가장 선호하는 트렌디한 아트워크를 선보이는 3D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katikø 대표. @calllme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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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