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입체기동장치"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어떤 철이 필요할까,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는 이번에 영화 <진격의 거인: 더 라스트 어택>을 보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철 장비들을 실제 과학과 공학의 눈으로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아주 진지하게요. (물론 재미있게도요!)
거인을 이긴 건 기술이었다
영화 <진격의 거인: 더 라스트 어택>은 거대한 '거인'들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인류가, 거대한 벽 안에 갇혀 살아가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세계의 인류는 벽 밖의 진실을 알게 되며, 점점 더 깊은 전투와 진실에 다가서게 되죠. 주인공 엘런 예거는 거인과 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인물로, 동료들과 함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작전에 나섭니다.
오늘은 공학 유튜버 "이과형"님과 함께 영화 속 장비들을 분석하면서, 현실에서 가능한 철 소재는 무엇이고, 어떤 기술이 숨어 있을지 이야기해보려 해요. 철이 가진 잠재력을 조금은 다르게, 흥미롭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입체기동장치, 공중을 가르는 장치를 현실에서 만들 수 있을까?
ⓒ 영화 <진격의 거인: 더 라스트 어택> 속 입체기동장치
먼저 하늘을 날고 회전하며 거인의 목을 자르는, 인간 최후의 무기, "입체기동장치"부터 살펴볼게요. 거인과의 전투에서 인간이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로, 착용자가 허리에 찬 채 고정된 갈고리를 벽이나 물체에 쏘아붙이고, 양쪽 와이어를 고속으로 조작해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해줘요. 일종의 3차원 기동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죠. 사람 몸의 움직임을 거의 초인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장비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인간이 기술을 통해 '거인의 영역'에 도전하는 상징적인 장치라고도 볼 수 있어요.
이 장치는 단순한 와이어 줄과 갈고리가 아니라, 엄청난 물리 법칙과 소재 기술이 맞물려 있어야 가능한 장비예요. 등장인물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이 장치에는 '윈치 시스템'이라는 정교한 장비가 들어 있고, 양쪽으로 독립적인 방향 제어가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실제 산업용 고속 윈치와 비교해봐도 그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극 중에서 이 장치의 움직임을 추정해보면 시속 120km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며, 회전 반경 5m 안에서 초속 33.3m/s로 선회하며 거인을 공격합니다. 이때 줄에 걸리는 힘, 즉 장력은 무려 1.8톤에 달한다고 해요. 줄 하나가 중형차 한 대를 끌어당기는 셈이죠.
👉 위 계산식은 실제 물리 공식을 활용해 이 장력이 어느 정도의 질량을 의미하는지 유추한 예시입니다.
즉, 약 80kg의 인간(장비 포함)이 시속 120km로 반지름 5m 안에서 선회할 때, 줄 하나에 약 1.8톤의 장력이 걸린다는 해석이 가능해요. 해당 수치는 단순한 설정값이 아니라, 실제로도 공학적으로 꽤나 의미 있는 수치라는 점에서 흥미롭죠.
이 정도의 힘을 버티는 와이어는 단순한 강철선으론 만들 수 없겠죠. 그런데 1.8톤을 버티려면? 이과형님은 “직경 3mm짜리 고강도 피아노선이라면 약 1.4톤까지는 버틸 수 있어요. 근접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죠.”라고 합니다.
쇠죽? 아니, 그래핀 복합 섬유입니다
'쇠죽'은 진격의 거인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특수한 나무의 이름인데요. 거인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핵심 자원이기도 해요. 말 그대로 '쇠처럼 단단한 나무'라는 뜻이죠. 거인의 피부는 너무 단단해서 일반 나무에는 갈고리가 박히지 않지만, 쇠죽나무에는 박혀요.
극 중에선 입체기동장치의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구조물이 파괴되면서 장비가 무력화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요. 이와 관련된 대사에서 '쇠죽'을 필요한 재료로 언급해요. 그만큼 장비의 신뢰성과 내구성, 그리고 실제 전장에서의 재료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기도 해요.
입체기동장치에 쓰이는 와이어가 아무리 강철이라 해도, 반복해서 감고 풀다 보면 금속 피로가 누적돼서 끊어지기 쉬워요. 실제로 고강도 피아노선조차 반복적인 장력과 굽힘에는 약한 편이에요. 게다가 유연하지도 않아서 입체기동장치의 작고 복잡한 장치 안에서 자유롭게 감기기엔 무리가 있죠.
그래서 이과형님은 미래 소재를 소개해주셨어요. “그래핀 기반 복합 섬유라는 게 있는데요. 이론적으로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도 훨씬 가벼워요. 실험실에서는 이미 평균 5GPa 수준까지 개발됐고요. 아직은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이 기술이 완성된다면 진짜 입체기동장치의 와이어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죠.”
게다가 그래핀은 한 층으로 이루어진 탄소 구조로, 강도도 강도지만 경량화에도 굉장히 유리하다고 해요. 문제는 이 그래핀을 접착시킬 '풀', 즉 고분자 매트릭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실제 소재의 물성이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앞으로 이 접합 기술이 얼마나 정교해질지가 소재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르겠어요.
초경질 쌍검, 거인의 목을 벨 수 있는 칼날?
ⓒ 영화 <진격의 거인: 더 라스트 어택> 속 초경질 쌍검
거인의 목을 자르는 "초경질 쌍검"은 쉽게 무뎌지고 자주 교체돼요. 실제로도 초경질 재료는 경도가 높은 만큼 깨지기 쉬운 특징이 있어요. 이과형님은 이를 설명하며, 텅스텐카바이드와 코발트 기반 복합소재를 예로 들어주셨어요. 텅스텐은 매우 단단하지만 취성(외부에서 힘을 받았을 때 물체가 소성 변형을 거의 보이지 않고 파괴되는 현상)이 강하고, 코발트는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요. 실제로 이 조합은 드릴 헤드나 공구 날 등에 사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도’와 ‘인성’은 보통 양립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경도가 높을수록 잘 부러지고, 인성이 높을수록 단단함이 떨어지죠. 그런데 복합 소재를 활용하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것이 가능해요.
전통적인 방식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전설적인 검, 다마스쿠스강입니다. 고탄소강(경도가 높음)과 저탄소강(인성이 높음)을 층층이 겹쳐 단조하고 두드려 접는 ‘패턴 용접’ 방식으로 만들어져요. 이 방식은 금속의 물성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오래된 기술이에요.
현대에는 금속기지복합재료(MMC: Metal Matrix Composite)를 활용해 더 정밀하게 두 특성을 양립시켜요. 초경질 소재인 텅스텐카바이드(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세라믹) 분말을 70~97% 비율로 뼈대처럼 사용하고, 여기에 금속 분말(강철, 코발트 등)을 섞어 고온·고압에서 압착하는 ‘분말야금법’으로 제작해요. 이렇게 하면 높은 경도와 높은 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고탄소강은 약 800 비커스(Vickers)의 경도를 가지고 있고, 순수 텅스텐카바이드는 2400 비커스로 인성이 매우 낮아요. 반면, 다마스쿠스강은 뛰어난 인성과 함께 높은 경도(최대 60HRC, 약 700 비커스 이상)를 동시에 구현했고, MMC는 경도 2000 비커스에 인성도 높아 초경질 쌍검의 재료로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죠.
만화 속 병사들이 여분의 칼날을 6개씩 들고 다니는 설정도 이 특성을 잘 보여줘요. 칼날이 쉽게 깨지기 때문에, 무뎌지기 전에 부러뜨리고 교체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어요.
이과형님은 여기에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덧붙이셨어요. 바로 ‘초음파 칼날’인데요. 현재 의료용 초음파 메스 등 실제로 사용되는 이 칼은 초음파 진동으로 칼날을 미세하게 떨리게 만들어 절삭력을 극대화해요. 열까지 동반되는 고주파 블레이드는 마치 버터를 자르듯 거인의 근육도 자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기술이니만큼, 입체기동장치에 이런 요소를 더하면 훨씬 더 흥미로운 상상이 가능해질 것 같아요.
갑옷거인, 인간이 만든 철갑 생명체는 현실에도 있을까?
ⓒ 만화 <진격의 거인> 속 갑옷거인
갑옷 거인은 전신이 단단한 갑옷으로 덮인 캐릭터입니다. 현실에서는 방탄복에 쓰이는 케블라 섬유나 군사용 외골격 정도가 유사한 사례죠. 케블라는 인장 강도가 높고 유연성이 있어 옷처럼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압축력에는 약해 강한 충격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갑옷을 ‘단단하면서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자연 속에는 이에 대한 해답이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산갑이라는 동물은 단단한 비늘이 몸 전체에 겹겹이 덮여 있어 보호와 유연한 움직임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죠. 또 전복 껍데기처럼 생체 유래 복합소재는 탁월한 내충격성을 보여줍니다. 전복의 껍데기는 대부분이 연약한 분필 재료인 탄산칼슘이지만, 그 안에 키틴이나 단백질 같은 유기물이 접착제로 작용해 육각형의 얇은 판들이 층층이 구조화되어 있어요. 이 구조 덕분에 외부 충격이 와도 균열이 확산되지 않고 일부분으로 멈춰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나크르(Nacre)' 구조라고 부르죠.
생체적인 방식 말고도, 현대 공학에서는 복합장갑(composite armor)을 통해 유사한 원리를 구현합니다. 탱크나 전차에 쓰이는 이 장갑은 보통 세 겹의 구조로 되어 있어요:
외부 고경도 강철판 : 외부 충격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세라믹층 : 알루미나, 실리콘카바이드 같은 초고경도 소재로 구성되어 고속 관통체를 산산조각내요.
내부 흡수층 : 고분자, 유리섬유, 특수합금 등으로 구성되어 남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캐처’ 역할을 하죠.
극 중 갑옷 거인도 이런 3중 구조의 장갑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볼 수 있어요. 이를 응용하면 다음과 같은 생체-공학 하이브리드 구조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겉면 : 외부 충격 시 균열이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나크르 구조의 외피
중간 : 충격을 흡수하는 전단 농화 유체(STF)
내부 : 유연하고 탄력 있는 근육층
특히 STF(전단 농화 유체)는 평소엔 액체처럼 부드럽지만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순간적으로 고체처럼 딱딱해져 충격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요. 액체 속에 떠다니는 고체 입자들이 충격에 맞물리며 '하이드로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원리입니다. 실제로 이 기술은 방검복, 스포츠 보호장비 등에 활용되고 있어요.
결국 갑옷 거인의 몸은 자연과 과학이 만난, 이상적인 복합 방어 시스템이라 볼 수 있어요. 단단함과 유연함, 경량성과 내구성. 이 모든 것을 양립하게 만드는 재료 과학의 응용이자, 철이 가진 잠재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죠.
철은 생각보다 더 유연하고, 단단합니다
이번 콘텐츠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철'이라는 소재는 단순히 단단한 금속이 아니라는 거예요. 무게, 유연성, 인장강도, 피로 저항성 등 수많은 물리적 특성과 제조 공정을 통해 그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진격의 거인 속 장면들이 생각보다 꽤나 과학적인 상상 위에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치는 철, 그 속엔 수백 년의 진화와 끝없는 실험이 숨어 있어요. 그리고 그 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향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오늘 콘텐츠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이 가장 흥미로우셨나요? 혹시 입체기동장치를 현실에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앞으로도 '철학적이진 않지만'은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철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