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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5 min read

자동차강판의 세대교체

2025.07.15

기술은 멈추지 않아요. 철이지만, 계속 진화해요.

자동차 사고 순간, 당신을 지켜주는 건 에어백일까요? 사실은, 에어백이 터지기 전 그 공간을 지켜주는 철판, 바로 강판의 역할이 먼저입니다. 자동차 사고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차체는 그 사고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찌그러짐이 어느정도 의도된 것이란 점이에요. 충격을 흡수하고, 그 안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그 중심엔 바로 철, 그것도 아주 특별한 ‘초고장력 강판’이 있어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자동차의 겉과 속. 빛나는 도장 아래, 생명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갑옷이 숨어 있는 거죠.

 

강판은 다 똑같지 않아요. 일반 강판은 약 30~50kgf/㎟의 하중을 견디지만, 60kgf/㎟ 이상을 버티는 강판도 있어요. 우리는 이걸 초고장력 강판이라고 해요. 얼마나 강한 강도인지 상상이 가나요? 1㎡ 넓이의 철판 위에 약 4,000~5,000kg 무게의 아시아 코끼리가 150마리가 올라가가도 버틴다는 뜻이죠. 

 

그럼 강도가 높을수록 좋은 걸까요? 아니에요! 강도가 너무 높아 단단하기만 한 철은 무용지물이에요. 버티되, 찢어지지 않고 충격을 흡수하는 철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에요. 우리가 만드는 철은, 강도만 높인 게 아니에요. 찌그러질 땐 찌그러지고, 견딜 땐 견디는, 똑똑한 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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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바뀐다 — 3세대 강판의 탄생과 의미

 

자동차 제조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위해 초고장력강의 사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소재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고강도이면서도 가공이 용이한 강판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도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1세대 강판은 강도는 충분했지만, 늘어나는 성질인 연신율이 낮아 부품을 제작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한 2세대 강판은 높은 연성을 지녔지만, 제조 비용이 높아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것이 바로 3세대 강판입니다. 3세대 강판은 강도를 더욱 높이면서도 경제성까지 확보해 상용화에 성공한 차세대 고강도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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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제품의 강도와 연신율을 비교한 바나나 다이어그램

 

3세대 강판은 기존 초고장력 강판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강판을 성형하기 쉬워졌어요. 현대제철은 이 개발을 위해 20년간 연구에 힘을 쏟았습니다. 2025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죠. 위 다이어그램에 따르면 인장강도(x축)과 연신율(y축)은 반비례하는 관계에요. 즉 강도가 올라가면 성형성은 떨어지고, 반대로 성형성이 높아지면 강도가 떨어지죠. 3세대는 높은 연신율(재료가 늘어나는 성질)과 인장(잡아당기는 힘에 대한 저항력) 강도를 모두 만족하는 그 접점을 찾은 결과물이죠. 3세대 강판은 활용하면 더욱 가벼우면서도 안전한 자동차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비도 좋아지겠죠. 멤버 프런트, 루프 사이드, 범퍼빔, 센터 필러 등 차의 내부 뼈대를 구성하면 부러지는 것이 아닌 잘 구겨지면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한 자동차가 되죠. 

 

강도와 연성을 모두 잡은 강판, 그게 우리가 10년 넘게 고민해온 주제에요. 이제는 그걸 상용화할 수 있게 된 거죠. 실제로 현대제철은 2025부터 설비 개조를 통해 3세대 강판의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하고 있어요. 

 

초고강도 강판을 위한 기술력

 

강판은 어디에나 쓰이지만, 특히 사람을 감싸는 차체 구조에는 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해요. 더욱 안전한 차를 위해 현대제철은 마르텐사이트(MS) 강판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동일 규격 강판 대비 평탄도 및 내균열성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죠. 현대제철의 기술력을 상징해요. MS는 철이 가진 미세조직 가운데 가장 강한 강도를 가진 조직입니다. 150kgf/㎟ 이상의 강도를 자랑하면서도 열처리 없이 제작되고, 도어 임팩트 빔, 필러, 범퍼빔 같은 생존 공간을 지키는 핵심 부위에 쓰여요. 이 강판은 강도가 매우 높고, 찢어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서 '승객 보호존'처럼 꼭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 곳에 주로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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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누른다! 강판을 성형하는 기술

 

앞서 말했듯 인장강도와 연신율은 반비례해요. 쉽게 말하면 단단하긴 한데, 잘 늘어나지도 않고 잘 구부러지지도 않아서 복잡한 모양을 만들기 어려워요. 그래서 단순한 구조물에만 쓸 수밖에 없었죠. 

 

이 문제를 해결한 기술이 바로 ‘핫스탬핑(Hot Stamping)’이에요. 핫스탬핑은 이름 그대로 900도 부근의 고온에서 강판을 가열한 후, 뜨거운 상태로 눌러서 성형하는 방식이에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열을 가하면, 단단한 MS강도 연신율이 약 50%까지 높아져요. 다시 말해, 복잡한 자동차 부품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기존에는 강판을 냉간 성형(상온 프레스)으로 눌렀다면, 핫스탬핑은 철을 달궈서 더 유연할 때 눌러주는 거죠. 프레스를 단순히 ‘눌러주는 기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핫스탬핑에서는 고온 가열 + 금형 프레스 + 급냉 처리까지 한 번에 이뤄져요. 덕분에 단단하고 복잡한 부품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죠. 다만, 고온 공정이다 보니 생산 단가가 조금 높고, 설비도 별도로 필요하지만 차량의 안전성과 성능 향상을 위해 핫스탬핑은 요즘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에요. 특히 초고장력 강판 중에서도 자유로운 성형성을 가질 수 있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에요.

 

이처럼 강한 철을 쓰면 더 얇게, 더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이는 곧 연비 개선과 탄소 저감으로 이어져요. ESG 관점에서도 초고장력 강판은 필수적인 기술이에요. 그리고 지금, 현대제철은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차세대 3세대 강판으로 1.5GPa를 넘는 고강도와 더 높은 연신율을 목표로 한 강판 개발이 진행 중이에요. 

[moment]는 '철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각인시키는 현대제철의 대내외 공식 플랫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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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