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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4 min read

[제철에 만난 사람] 자연의 흐름을 담아내는 요리

2025.08.25

재료가 이끄는 대로, 이충후 셰프의 ‘여름 에피타이저와 덕자병어 요리’

‘제로컴플렉스’와 ‘페스타 바이 충후’를 이끄는 이충후 셰프는 계절의 변화를 요리에 담아낸다. 그날 주방에 들어온 재료의 상태, 레스토랑 주변의 날씨, 요리를 담는 그릇까지. 계절이 주는 신선함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늘 변화와 마주한다.

프랑스에서 6년간 배우고 수련한 뒤, 서울 서래마을에 제로컴플렉스를 열며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6년, 최연소로 미슐랭 스타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반얀트리 서울에 ‘페스타 바이 충후’를 열며 무대를 넓혔다.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의 의견과 자연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는 언제나 팀과 함께 움직인다.

이번 여름 선보인 메뉴는 ‘소라·메밀·제철 허브 에피타이저’와 ‘덕자병어·그린빈·필필* 생선 요리’. 제철 재료를 직관적으로 해석해 담아낸 코스 요리 메뉴다.👨‍🍳

* 필필 소스 : 생선의 머리와 뼈, 야채를 넣어서 스탁을 뽑아낸 뒤 따로 제조해 뽑아낸 마늘 오일을 첨가해 만들어낸 소스.


제철 식재료가 주는 새로운 맛


오늘 소개해 주실 허브 요리와 생선 요리는 보기만 해도 산뜻해지는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요리를 먼저 기획하기보다 농장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다채롬’이라는 농장과 협업하고 있는데,  현재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상태의 재료를 선별해서 보내주고 있어요. 그 정보를 바탕으로 꽃과 허브 등 계절의 재료를 식탁에 올리면 자연스럽게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식재료의 상태는 주 단위로도 달라지기 때문에, 조리법이나 구성에도 유연성이 생깁니다. 이런 흐름을 따르다 보면, 재료가 가진 최상의 맛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죠.

매번 새로운 요리를 선보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작은 변화지만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더라고요. 어떤 재료가 나올지는 해당 시즌이 되어봐야 아는 거지만 덕분에 더 좋아요. 셰프인 저는 그런 제약을 통해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방문하시는 고객분들은 신선한 재미를 경험하실 수 있어요.🎈

변화를 알아보시는군요! 주로 어떤 반응이었나요?

최근에 한 고객분이 “저번에 왔을 때랑 똑같은 메뉴인 줄 알았는데, 향이 다르네요. 이건 무슨 허브예요?”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손님들이 미묘한 맛과 향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같은 요리라도 재료의 상태와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죠. 그 과정에서 손님과 저, 서로가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이 방식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이번 여름 메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 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요?

한입에 느끼는 여름이요!⛱️

제철 재료를 다루면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제철 재료는 한정된 기간 동안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만큼 손님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죠. 반면, 수량이 일정치 않아 항상 계획대로 메뉴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 어렵지만, 동시에 저에게는 새로운 조리법이나 구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식재료끼리의 맛, 비주얼 조화도 신경 쓰신 것 같아요. 조합은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계산해서 조합하기보다는 맛있는 재료 위에 또 다른 맛있는 걸 얹는다고 생각해요. 좋은 재료를 쓰는 게 제일 중요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계속 실험하죠. 실패도 많고요. 상상하는 대로 막 해보다가 망치기도 해요. (웃음)

새로운 것에 계속 용기있게 도전하시는 자세를 배우고 싶네요! 셰프님께서는 메뉴명에 요리명이 아닌 재료명만 쓰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그날 날씨나 상황에 따라 조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서예요.⛅ 예를 들면, 요리명이 ‘부드럽게 찐 생선 요리’면 진짜 쪄야 되잖아요. 근데 오늘 날씨는 찐 생선보다는 튀긴 생선이 어울리는 날씨라면 튀기는 식으로 변형할 수 있죠. 상황에 맞춰서 변화를 주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기본적인 규칙을 정하지만 여러 인원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요리하는 만큼 자유를 뒀어요.

‘페스타 바이 충후’의 다이닝 컨셉을 ‘이노베이티브 센스 다이닝’으로 정하셨더라고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노베이티브라고 하면 다들 뭔가 엄청난 요리를 상상하시는데, 저에게는 ‘기억에 남는 요리’를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기존 재료를 낯설게 해석하거나, 익숙한 조합을 다르게 보여주는 거죠.🎨 혹은 시각적으로는 새로워도, 먹으면 익숙한 맛이 나거나요. 그 미묘한 차이가 포인트예요.

예전에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처음 맛본 고등어와 라즈베리의 조화가 준 여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 느낀 신선한 충격과 맛의 균형을, 손님들에게도 음식으로 전하고 싶었죠. 

플레이팅에도 그런 의도가 담겨 있나요?

그럼요. 소라, 메밀, 허브로 만든 요리도 그냥 예쁘게 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그릇에 최대한 잘 어울리는 구성을 고민해서 담았어요. 계절의 색감이나 느낌을 반영하는 데 집중하죠.

예를 들어, 자연에서 본 허브 옆에 핑크빛 꽃이 펴 있다면, 그 색감과 위치를 참고하면서도 접시 위에서 가장 조화롭고 시각적으로 즐거운 구성을 고민합니다. 계절의 느낌과 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보는 순간 손님이 자연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도록 감각적으로 플레이팅하는 것이 제 스타일이죠.

셰프님께서 이전에는 프랑스 요리 문화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본 다양한 요소를 보고 영감을 얻으셨다고 들었어요. 최근에는 어디서 요리 영감을 얻으시나요?

예전에는 말씀 주신 것들과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은 함께하는 팀원에게 영감을 받아요. 제로컴플렉스 팀도, 여기 페스타 바이 충후 팀도 다 저를 잘 아니까 제가 생각하지 못 한 걸 던져줘요. 메뉴 미팅하면서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때요?’ 하는 식으로 아이디어가 오가죠. 덕분에 요리가 더 재미있어졌어요.

팀원에게 받은 영감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최근 덕자병어 메뉴 개발 과정에서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생선과 잘 어울리면서도 계절감이나 식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여름 채소를 고민했지만 쉽게 정하지 못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팀원이 필필 소스에 살짝 구운 그린빈을 곁들이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덕분에 전체 메뉴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요리가 더 재미있어지고, 팀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인사이트가 됩니다.


위생과 섬세함을 살리는 철


셰프님께서는 조리도구와 주방을 대부분을 철 소재로 채워주셨더라고요. 이유가 궁금해요.

철은 위생적이고 많은 인원이 함께 써도 관리가 쉬워요.🍳 나무나 플라스틱도 좋지만 물기나 기름 때문에 관리가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로 된 도구를 선호하게 됐고 주방의 대부분이 철로 채워졌죠.

특히 아끼는 철제 조리 도구가 있나요? 

특히 아낀다기보다 정확하고 섬세한 조작이 필요할 때 자주 사용하게 되는 조리 도구는 있죠. 제철 꽃과 허브를 섬세하게 플레이팅할 때 꼭 필요한 핀셋이 그래요. 작은 허브나 꽃을 그릇 위에서 정확한 위치에 놓으면서 자연스러운 구도를 만드려면 핀셋이 꼭 필요해요. 뒤집개는 구이 요리를 다룰 때 형태가 상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뒤집을 수 있고, 관리도 편리하죠. 칼이나 팬처럼 크고 눈에 띄는 철제 도구도 필수적이고 소중히 사용하지만, 저는 철제 도구를 요리의 섬세함과 미감을 살리는 데 자주 활용합니다.

제로컴플렉스 인테리어에는 특히 철을 많이 쓰셨더라고요.

색다른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왜 양식 레스토랑은 다 나무 인테리어여야 하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어요. 페스타와 협업할때도 변화를 줬어요. 벽에 걸린 액자부터 의자의 패브릭 소재까지 모두 미니멀한 스타일로 새 단장을 했습니다. 그릇도 페스타 바이 충후의 시그니처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같은 디자인 제품만 사용했죠.🍽️


특히 입구 쪽은 원래 벽돌 느낌의 담장형 사인이 있었는데, 철제로 바꿔 모던하고 통일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화장실의 핸드타월 케이스까지 기존 플라스틱 제품에서 철 소재로 교체해 위생성과 함께 공간 전체에 페스타만의 일관된 감각을 구현했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페스타 바이 충후’가 서울의 중심 같은 곳이 됐으면 해요. 그러려면 저부터 더 잘 돼야죠. 요즘엔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해요. (웃음) 저희 팀만의 ‘기억에 남는 요리’를 많은 분들이 경험하시면 좋겠어요.

제로컴플렉스는 조금 더 실험적이고 미니멀한 요리를, 페스타 바이 충후에서는 대중성과 계절감을 살린 요리로 진행해보고 싶어요. ‘페스타 바이 충후’는 남산 숲이 가까이 있어서 사계절의 변화를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에요. 이런 입지와 공간적 특수성, 제 요리 철학이 잘 녹아든 유기적인 메뉴를 계절별로 구현해보고 싶어요.

또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에게 다층적인 경험도 전달하고 싶어요. 우리 페스타에는 너무 예쁜 정원이 있잖아요. 이런 공간에서 단순히 차려진 음식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서 셰프들의 그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구운 고기를 카빙하며 음식에 대해 설명도 해드리고요. 또 공연자들을 초빙해서 라이브 음악도 즐길 수 있는 야외 미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Le Jardin Vivant : 생동의 정원’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원한 바람과 물들어가는 남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다이닝을 즐긴다면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이충후 셰프의 ‘여름 에피타이저와 덕자병어 요리’ 조리 과정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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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에 만난 사람] 페스타 바이 충후 이충후 셰프 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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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