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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TAINABILITY+ 4 min read

[인터레스틸] 미국에는 KTX 같은 고속철이 없다

2025.09.05

트럼프 정부가 캘리포니아 고속철에 지원을 끊은 이유

한국엔 유명한 고속철 KTX가 있다면 일본에는 신칸센, 유럽엔 유로 스타와 떼제베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엔 뭐가 있는지 아시나요?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 분이 대다수일 겁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엔 없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고속철은 왜 없는 걸까요? 

오늘 페페 스튜디오는 <인터레스틸> 코너에서 이 주제를 파헤쳐 봅니다. 역사학자 김재원 교수가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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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철도의 나라’가 기차를 외면하게 된 까닭은?! 

2025년 7월 16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연방 정부는 캘리포니아 고속철 설립에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이 이렇게 고속철 개발에 호의적이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19세기 미국은 ‘철도의 나라’였어요. 1830년대 증기기관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철도망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미국 경제도 산업 혁명과 함께 급부상했으니 말이죠. 🚂

1869년 미국은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륙 횡단 철도까지 완공했고, 덕분에 마차로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6개월 걸리던 것을 기차로는 단 7일에 주파했습니다. 운송비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죠. 그야말로 산업과 사람, 자본의 흐름을 바꾼 혁신이었는데요. 지금도 그럴까요? 현재 미국의 철도 여객 비중은 0.3%, 말하자면 기차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20세기에 들어서 철도의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주인공, 자동차입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의 대량 양산에 성공한 헨리 포드(Henry Ford)가 1980년에 모델 T라는 자동차를 세상에 내놨거든요. 헨리 포드가 도입한 혁신적인 조립 라인 생산 방식은 당시 비쌌던 자동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당시 자동차 구입비가 약 850달러로 근로자 평균 2년 연봉이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 26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자동차가 서민들도 살 수 있는 생필품이 됐죠. 결정탄은 1956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대통령이 미국 전역에 고속도로를 까는 법에 사인을 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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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 고속도로를 150개 만드는 분량에 맞먹는 이 대규모 고속도로는 심지어 이용료도 전부 공짜였고, 당시 기름값도 아주 저렴했습니다. 자동차를 타는 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죠. 더불어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도시 내부에서 주로 차를 몰고 다니지 걸어 다니며 이동하는 일 자체가 드뭅니다. 도시 설계 방식 자체가 걸어서 철도역으로 오가는 모습과 어울리지 않아요. 미국 영화들을 봐도 알 수 있는데, 교외에 단독 주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많이 나오죠. 2차 세계 대전 후 돌아온 군인들에게 정부가 주택 보조금과 융자를 싸게 해주니 넓고 싼 교외로 많은 인구가 나갔습니다. 또 ‘조닝 제도(용도지역지구제)’라는 것이 있어서 구역별로 주택이나 상업시설을 끼리끼리 묶어 짓도록 했습니다. 공장, 상점 구역도 한쪽으로 몰아서 도시를 용도별로 구분 짓게 됩니다. 🏭 

결론적으로 미국은 상점, 회사, 학교, 집이 다 한참 떨어져 있고 자동차 없이는 생활이 지극히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도시 간을 움직일 때도 비행기로는 수 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기차를 타면 꼬박 2박 3일이 걸리니 사람들이 타지 않았죠. 미국에서 가장 빠른 열차라는 아셀라(Acela)도 1800~1900년대에 만들어진 노후화된 선로들을 달리는 데다 소음 안전 문제 때문에 도시 내 속도 제한이 있어서 고속철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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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노면 전차를 전부 사라지게 한 경위와 음모론!

그래도 미국 같은 나라가 맘 먹으면 한꺼번에 싹 고속철을 까는 일도 쉽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실 겁니다. 그런데 그러기 어려운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먼저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선로 하나 까는 데도 토지 보상 사유 재산에 대한 충돌 때문에 애로 사항이 많고, 고속철을 만들려면 터널, 교량, 방음벽, 신호 체계, 차선까지 다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열차도 사야 되고 운영비도 매년 방대하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미국은 주마다 정책도 이해관계도 다르죠. 대표적인 사례가 캘리포니아 고속철인데, 2010년에 330억 달러면 된다고 야심차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요 비용이 1천억 달러가 넘었죠. 예산은 3배 넘게 불었는데 LA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는 아직 연결도 못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다른 주들도 손해볼까 걱정에 손을 놓고 있죠. 😟

그리고 또 음모론이 있는데요. 자동차, 항공, 석유업계가 고속철에 반대하며 수십 년 동안 정재계에 쏟아 부은 로비 자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입니다.

실제로 20세기 중반, LA와 시카고 등 대도시에 있던 노면 전차들이 전부 사라진 적이 있는데요. 알고 보니 자동차, 타이어, 석유 회사들이 공모해 전차 회사를 인수하고 일부러 없애 버린 일이었죠. 😲지금도 철도를 깔자고 하면 자동차 업계가 반대를 하고 나섭니다. 항공업계, 석유업계도 마찬가지죠. 심지어 호텔 체인, 주유소, 패스트푸드 브랜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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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전기차 전용 터널까지, 자동차만 밀어주는 미국식 해결법

이렇게 정치권 로비,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미국의 고속철은 발목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생각한 해법 중 하나가 ‘테슬라 루프 터널’이란 건데요. 지하의 전용 터널을 파고 거기에 자율 주행 전기차를 통과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자동차와 지하철의 퓨전 같죠. 실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시험 가동 중입니다. 🚘

기차를 깔기 힘들면 그냥 차로 해결하자,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를 더 밀어붙인 미국식 해결법인 거죠. 아직 속도나 효율 면에서는 갈 길이 멉니다. 앞으로 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국은 앞으로도 제대로 된 고속철 없는 나라로 남게 될지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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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레스틸은 미국에만 없는 고속철을 둘러싼 여러가지 사실들을 파헤쳤습니다. 앞으로도 인터레스틸은 흥미롭고 깊이 있는 다양한 주제를 탐색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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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