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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4 min read

‘키친갱스터’ 박지영 셰프를 만나다

2025.10.02

‘무화과, 제주 청귤을 곁들인 삼치 스테이크’

요리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키친갱스터’로 출연해 안성재 셰프로부터 ‘손맛이 좋다’는 호평을 들은 박지영 셰프. 그의 레스토랑 ‘나우 남영’은 전부터 남영동의 맛집으로 동네 주민에게 입소문 나있었다.


박지영 셰프는 대학 시절부터 요리의 길을 걸어왔고, 당시 뉴욕 2스타 레스토랑 <마레아>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간에서 계절과 재료의 흐름을 따르는 요리로 손님들과 마주한다.


가을을 맞아 선보인 메뉴는 ‘무화과, 제주 청귤을 곁들인 삼치 스테이크’로 각 제철 재료의 맛과 식감을 균형있게 표현한 요리 메뉴다.


재료의 조화와 균형

무화과가 눈길을 끄네요. 어떤 계절감과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재작년에 매장에서 선보였던 가을 메뉴예요. 최대한 계절감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항상 재료를 먼저 생각하는데, 메인 재료가 생선이나 해산물이라면 그에 맞는 과일이나 채소를 골라요. 가을이 오면 무화과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그때 아니면 못 먹고, 정말 맛있거든요. 그래서 무화과로 시작했어요. 제주 청귤은 초가을로 가면 신맛이 은은하게 누그러지고 당도가 살짝 올라가요. 어울릴 것 같아서 접목시켜봤는데 역시 잘 맞더라고요. 더불어 제철 생선을 활용하고 싶어서 삼치를 스테이크로 올렸습니다.


재작년에 선보이던 기존 메뉴와 비교하면 이번 요리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그때는 조개 관자를 썼는데, 이번에는 메인 재료만 생선으로 바꿨습니다. 생선을 사용하면 제철감을 더 살릴 수 있어요. 나머지는 거의 비슷해요.

각 식재료마다 맛과 식감이 다 다른데요. 특징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성하셨는지 궁금해요.

특출나게 어느 하나가 돋보이기보다는 가을이 느껴졌으면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겁니다.⚖️ 무화과는 단맛을, 제주 청귤 드레싱은 산미를 더해요. 대파 퓨레로는 크림과 함께 녹진한 식감을 더했습니다. 여름보다는 가을이 조금 더 무겁잖아요? 그런 약간의 무거운 맛을 내기 위해 중간 매개체로 녹진함을 사용했죠. 각 재료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서로를 해치지 않게 구성하고 싶었어요.

오늘 요리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역시 ‘밸런스’와 ‘식감’이에요. 손님이 한 입 드셨을 때 어느 하나가 세게 느껴지지 않도록 단맛과 산미를 맞추려 했어요. 마지막에 빵가루를 살짝 넣은 것도 다 부드럽기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거친 식감을 더하기 위해서죠.

평소 제철 식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나요?

쉬는 날이면 마트나 시장에 가요. 그곳이 제철 식재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니까요. 놀러간 셈 치고 구경하다가 괜찮은 게 보이면 거래처에 연락해서 구해달라고 부탁해요. 혹시 어렵다면 주변 셰프들에게 좋은 공급처를 묻기도 하고요. 다른 셰프님들 하시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하고 있어요.


함께하며 얻는 기쁨

그럼 남영동에 있는 셰프님들 혹은 <흑백요리사> 출연자분들과도 자주 소통하시나요?

네. 남영동 셰프님들은 서로 식재료가 필요한데 없으면  바로 구해주기도 해요. 의견을 나눌 때는 친분 있는 셰프님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셰프님들과도 많이 이야기해요.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걸 보면 ‘어디서 구했냐’고 묻기도 하고, 서로 많이 공유하면서 돕고 있어요.


셰프님만의 요리 철학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는 재료 본연의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계절감을 빼놓을 수 없죠. 계절에 맞는 맛은 따라갈 수 없어요. 여기에 밸런스와 식감을 더했을 때 제가 지향하는 요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제 색이 담긴 요리가 완성되는 것 같아요.

식당을 이끌고 계시는 대표 셰프로서 생각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제 이름을 건 식당을 낸지는 아직 3년 차라 짧은 시간이긴 해요. 다만 배운 게 있다면, 너무 제 색깔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손님들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도태되고, 반대로 트렌드나 대중의 의견만 따라가면 업장과 제 음식의 색을 잃어요. 결국 요리처럼 장사도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셰프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직업이에요. 예전에는 젊음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체력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느껴요. 저희 레스토랑은 주 6일을 열어요. 3일은 점심에도 운영하고, 다른 3일은 저녁 5시부터 시작해요. 끝나는 시간은 똑같이 10시까지인데 가게 정리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12시에 끝나죠. 이중 점심 운영까지 하는 날은 오전 9시쯤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해요. 브레이크 타임에도 길게 쉬는 게 아니어서 하루가 꽉 차죠. 멘탈 관리도 쉽지 않아요.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 상처도 크고 기쁨도 커요. 롤러코스터 같아요(웃음).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저와 가게가 단단해지고 있다고 믿어요.💪

왼쪽부터 박지영 셰프, 임수화 파티쉐


함께 일하시는 파티쉐분도 있으시더라고요. 파트너와 함께 일하시면서 어떤 시너지를 얻으시나요?

저희는 요리와 제빵,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라 부딪힘이 없어요. 입맛은 비슷해서 의견을 나눌 때 좋은 결과가 나와요. 제가 디저트에 의견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제 요리에 대해 피드백을 받기도 하죠. 서로 추구하는 맛이 비슷하다 보니 시너지가 큽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좋은 시너지가 되다니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셰프로서 얻는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요?

손님들의 반응이 가장 커요. 작은 매장이다 보니 피드백이 바로 오고, 단골이 늘어가는 게 행복해요. 늘 오시던 분이 결혼하시는 것도 보고요. 몇 년씩 함께 나이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면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셰프는 혼자 잘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기도 해야 하잖아요? 요리를 알려주면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게 돼요.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셰프가 느낄 수 있는 큰 보람이에요.🧑‍🍳


작년 이맘때쯤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셨죠. 방송 출연 이후 1년은 어땠나요?

9월 17일, 오늘이 마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지 딱 1년 되는 날이에요. 출연 당시에는 아무도 큰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어요. 자영업이 너무 힘들어서 그저 이 방송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덕분에 외식업 전체가 활기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는데 그 영향이 이렇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게 놀라워요. 


그때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재밌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농담인데 편집이 덜 되게 뭐라도 해볼까 이런 생각도 하고(웃음). 근데 저도 그렇고 다들 만족스러워하시고 잘 지내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좋은 인연들이 생겼고 지금도 서로 잘 교류하고 있어요.


효율, 그리고 섬세한 맛

 위생을 위한 철 도구

박지영이 사용하는 론도 냄비의 예시


셰프님이 애착을 가지는 철제 조리도구가 있으신가요?

론도라고 불리는 넓고 얕은 냄비를 가장 좋아합니다.🥘 열 전도율이 좋고 표면적이 넓어서 한 번에 많은 요리를 하기에 효율적이에요. 리조또나 소스 졸임, 대량 조리에 다 쓰이죠. 보통 가게 운영을 시작하기 전에 요리 재료를 대량으로 준비해둬요. 그때 이 론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박지영이 쓰는 핀셋과 제스터


준비 단계에서 많이 쓰는군요. 요리 과정에 쓰는 도구 중에도 있나요?

제스터는 저희 가게에서 빼놓을 수 없어요. 저희 가게가 시트러스류 과일을 자주 사용해요. 과일이 제스터 표면에서 으깨지면서 기름이 나오니까 향이 퍼져요. 이게 결국 향과 맛에 영향을 주다 보니 계속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치즈도 제스터로 갈아요. 남들이 보면 ‘그거 다 언제 갈고 있냐’ 하지만 다른 기계로 분쇄할 때보다 섬세하게 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파스타 위에 올라갔을 때도 더 잘 녹아서 맛있을 수밖에 없죠. 저희 시그니처 메뉴인 ‘레몬 치즈 파스타’에 쓰이는 거라 고집할 수밖에 없어요.🧀


핀셋은 마무리 단계에서 필요하답니다.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브, 과일을 집어서 섬세하게 플레이팅할 수 있는 도구에요. 


철제 주방 도구가 주는 미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철 조리 도구는 아무래도 깔끔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주죠. 주방에서는 위생과 신뢰를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따뜻하다고 위생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집이 아닌 가게에 놓였을 때는 더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하죠. 이렇게 시각적으로 위생적인 인상을 주고 무엇보다 관리가 쉬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궁금해요.

지금은 ‘나우 남영’에 더 충실하려고 해요. <흑백요리사> 출연 후 1년 동안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싶어요. 멀리 보면, 디저트 숍 같은 작은 매장을 추가로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이 닿는 범위 안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매장들이요. 그래야 후배도 더 가르칠 수 있고, 저도 요리사로서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아주 큰 걸 바라지는 않아요.🍳



박지영 셰프의 ‘무화과, 제주 청귤을 

곁들인 삼치 스테이크’ 조리 과정 따라가기 

> [제철에 만난 사람] 나우 남영 박지영 셰프 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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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ent 편집인 일동